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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추가 퇴출 파장/ "곧 애 결혼식인데…" "웬 날벼락" 건물 밖까지 예금인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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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추가 퇴출 파장/ "곧 애 결혼식인데…" "웬 날벼락" 건물 밖까지 예금인출 행렬

입력
2012.05.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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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의 혼란이 재연된 모습이다. 주말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발표를 앞둔 마지막 영업일인 4일, 언론을 통해 실명이나 이니셜이 공개된 4개 저축은행에는 영업점 문을 열기도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저축은행에는 이미 8개월 전 적기시정조치(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개선 처분) 유예 조치가 내려졌다.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그간 당국과 언론이 숱한 경고를 줬음에도 불구, 상당수 고객들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점심시간이 막 끝난 오후 1시 무렵. 서울시내 한 복판에 자리잡은 솔로몬저축은행 을지로지점은 영업시간인데도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새벽같이 찾아와 300번 이하 번호표를 받아 든 고객들만 쪽문을 통해 간신히 영업점 안으로 들어간 상황. 영업점 입구에서 저축은행 직원이 나눠주는 1,000번대 번호표를 받아 든 고객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고, 고객들의 줄은 영업점 입구부터 1층 복도를 따라 건물 입구 화단까지 길게 이어졌다.

근처 직장에 다닌다는 김모(48)씨는 "아침 일찍 문을 열기 전에 나왔는데 340번대 번호표를 받았다"며 "점심시간에 오면 돈을 찾을 수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지 몰랐다"고 했다. 안모(59)씨는 "7,000만원 가량 예금이 있는데 저축은행 영업정지가 임박했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집이 멀어서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곧 자녀 결혼식이 있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찾아야 한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저축은행 대치동 본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침 일찍부터 고객들이 몰려들면서 영업점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직원들이 영업점 입구에서 "아직 영업정지가 확실한 게 아니니 무작정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며 달래려 애를 썼지만, 고객들은 전혀 믿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50대 남성은 "건너 편 H저축은행에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나와서 괜찮다고 홍보를 하고 있는데, 솔로몬은 금감원 직원이 없는 걸 보니 퇴출 대상이 확실하지 않느냐"고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이미 점심시간을 넘기면서 번호표가 1,000번을 넘어서자 은행측은 영업시간을 연장했고, 밤 늦게까지 예금 인출 행렬이 이어졌다.

영업정지가 유력시되는 또 다른 H저축은행의 을지로 본점 역시 하루 종일 성난 고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오전 중 번호표가 400번을 넘어서면서 은행 측이 번호표 발급을 아예 중단하자, 곳곳에서 "번호표를 발급하라"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영업점 직원은 "어차피 하루 300명 이상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번호표를 발급해준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난감해했다.

이날 저축은행을 찾은 고객 중에는 원리금 보장 한도인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물론이고 5,000만원 미만 예금자도 상당수였다. H저축은행 삼성역지점을 찾은 70대 할머니는 "온 가족이 이 저축은행과 거래를 해 왔는데 왠 날벼락이냐"며 "가족 명의로 5,000만원 미만씩 분산 예치를 했지만 불안해서 이자를 손해 보더라도 모두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인턴기자(이화여대 영어영문과 4년)

채정기 인턴기자(숙명여대 일본학과 4년)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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