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미 하원 레이번 빌딩 2172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주최 중국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관련 긴급 청문회가 두 시간째로 접어들 무렵,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의 푸시추(傅希秋) 대표의 아이폰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국 베이징의 차오양(朝陽)병원에 입원한 천 변호사. 갑자기 청문회 장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푸 대표와 청문회를 주재한 크리스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이 부속실로 옮겨 무언가를 긴박하게 숙의했다. 취재진도 청문회는 제쳐 놓고 둘의 대화에 관심을 집중했다. 잠시 뒤 스미스 위원장은 천 변호사가 베이징에서 전화로 증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청문회 사상 유례 없는, 휴대전화의 스피커폰을 통한 육성 증언이 약 10분간 진행됐다.
“미국에 가서 쉬고 싶다. 지난 10년간 휴식을 갖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머니와 형제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천 변호사의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가 그대로 청문회장에 울려 퍼졌다. “나는 지금 베이징에 체류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고 싶다. 그로부터 더 도움을 받기를 희망한다.”
전날 언론에 토로한 미국에 대한 배신감이 배어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 변호사의 아이폰 증언은 사건 불똥이 워싱턴 정가로 튀고 있음을 상징했다. 미국 외교 덕에 그의 안전이 보장됐다는 미 행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전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육성 증언이 TV를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천 변호사 처리가 적절했다는 백악관과 국무부의 해명은 무색해졌다. 이날 청문회에선 전날 천 변호사가 클린턴 장관을 ‘보고(see) 싶다’고 한 말을 ‘키스(kiss)하고 싶다’고 미 국무부가 오역한 문제도 거론됐다. 스미스 위원장은 방중한 클린턴 장관이 천 변호사를 만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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