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은퇴한 최모(63)씨는 봄, 가을이 두렵다. 밀려오는 지인들의 청첩장 때문이다. 그는 “첫째와 둘째 결혼시킬 때 받은 축의금도 있고 미혼인 막내아들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친인척 자녀들의 결혼소식을 들으면 축하해줘야 하는데 마음은 무겁다”고 토로했다.
최씨처럼 우리나라 은퇴자 10명 중 8명은 경조사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연간 경조사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116만원에 달해, 월평균 10만원 꼴이었다.
4일 삼성생명이 50~70대 은퇴자 500명을 조사해 발표한 ‘은퇴 이후 경조사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하는 횟수는 연평균 각각 11.2회와 5.1회였다. 축의금과 부의금은 1회당 평균 7만원과 7만3,000원이었다. 은퇴자들이 꼽은 적정 축의금과 부의금은 5만6,000원과 5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조사비 지출에 대해 은퇴자의 83%가 ‘크게 부담된다’(26%)거나 ‘약간 부담된다’(57%)고 답했다.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10명 가운데 4명(43%)은 노후소득이 부족해도 경조사비를 줄일 수 없다고 답했다. 경조사비 결정 기준으론 친분 정도가 46%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과거 받은 금액(42%), 다른 사람들이 내는 금액(7%), 경조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3%) 순이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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