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는데 문화예술 만한 게 있을까요?"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에 이주민문화예술센터'프리포트'가 1일 문을 열었다. 센터 이름이 말해주듯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문화예술자유항구를 표방한다. 한국인이 만든 외국인 문화예술 공간은 적지 않지만 이주민들이 중심이 된 공간은 프리토트가 처음이다.
센터 대표 마붑 알엄(35)씨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기면서 서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주민 문화예술 활동가들과 한국인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데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가 이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의 대표를 맡기까지엔 순탄치 않은 한국에서의 삶이 자리한다. 돈을 벌기 위해 1999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그는 염색공장에서 2년 동안 일하면서 동료들의 착취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동병상련의 이주 노동자들을 모아 2004년 이주노동자방송(MWTV)를 세운 이유다. 이후 이주 노동자들의 비루한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내는가 하면 이주노동자들의 일상을 그린 '반두비(2009)','로니를 찾아서(2009)'등 영화엔 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한국에 정이 들더라고요. 이걸 미운정 고운정이라고 하나요." 정 때문이었을까. 마붑씨는 지난해 한국인으로 귀화까지 했다.
이주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한 이유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을 한국인들에게 제대로 심어주기 위해서다. 몇 년 전부터 방글라데시, 네팔, 몽골, 미얀마, 한국 출신의 문화예술가 11명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단체 아시아문화컬쳐(AMC)팩토리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하면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확대하려고 해도 모여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작업실이 문제였어요."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지난해 10월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프로그램에 당선되면서 이주 문화예술인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3년 동안 센터 운영비 2억원을 지원받게된 것이다.
프리포트가 자리잡은 공간(130㎡)의 월세는 200만원.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이주 문화예술인들에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는 "더러는 사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며 "하지만 구석에 숨어서는 이주민의 문화를 떳떳이 드러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연 콘서트 전시 등 다양한 영역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생산해 이주민들과 한국인들을 더욱 가깝게 하는 허브가 될 겁니다."
글·사진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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