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 고양국제꽃박람회장. 각종 꽃들이 만발한 야외전시장 중에서도 80만본의 튤립이 심어진 '꽃의 꿈 정원'은 유독 관람객의 발길을 잡아 끌었다.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튤립의 이면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 꽃 박람회 예산을 3년 전보다 25%나 줄이는 데 가장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재)고양국제꽃박람회에 따르면 2009년 제5회 국제꽃박람회 때는 9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약 74억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지자체 세수감소로 올해는 재단도 예산을 줄이기 위해 갖은 묘안을 짜냈다. 그 중 하나가 튤립 구근(알뿌리) 직수입이다.
튤립 구근은 네덜란드 산으로, 지난해 실시설계 때 '꽃의 꿈 정원' 조성에는 약 8억5,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에이전시 비용도 포함되는데 재단은 이 돈을 아끼기 위해 1997년 꽃박람회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직수입이란 모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가을 조생종을 제외한 중생종과 만생종을 선박으로 들여온 재단은 일단 만생종을 깊게 심었다. 이어 흙을 덮은 뒤 다시 중생종을 심는 혼식(섞어심기)을 전체 9,500㎡ 중 60% 정도 면적에 시도했다. 18일 동안 열리는 박람회 기간 중 만개한 튤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고양시 기후에서 튤립은 주로 4월초에 피고, 한번 핀 꽃은 12~15일이면 떨어진다.
이 같은 작전은 성공해 튤립은 개막에 맞춰 활짝 폈다. 예상보다 4억5,000만원을 줄인 약 4억원의 예산으로 '꽃의 꿈 정원'이 완성된 것이다.
이밖에 올해 꽃박람회는 예산절감을 위해 예년과 달리 돈을 들여 조경을 하지 않고 조경업체 13개를 유치해 구역별로 조성하도록 했다. 업체들은 개성적인 연출과 마케팅이 가능해졌고, 시는 7억원 정도를 아꼈다. 재정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돼 올해 재단은 2009년에 비해 19억원이 줄어든 약 55억원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고양꽃전시회 유료관람객은 26만 여명. 올해는 3년 마다 열리는 국제꽃박람회라 유료관람객은 2일 25만명을 돌파했다. 성인 1인당 예매권이 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3일까지 목표인 70만명을 채울 경우 입장료로 예산을 뽑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꽃 박람회로 인한 홍보효과와 1,800억 원에 이르는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덤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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