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치료는 건강한 공동체서 시작"… 서울에 의료생협 바람 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치료는 건강한 공동체서 시작"… 서울에 의료생협 바람 분다

입력
2012.05.03 17:31
0 0

"1시간 동안 기다려서 30초 진료 받는 일은 이제 없겠죠. 환자를 돈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하는 의료를 기대합니다."(회사원 송선우(43)씨)

"20여 년간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는데 이제 다른 형태의 의료 시설건립에 참여하고 싶어요.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가 대화를 나누는 관계가 가능한 곳이요."(간호사 김모(46)씨)

1일 저녁 서울 은평구 역촌동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 15명이 8월 개원할 '살림의원(가제)'에 대한 기대를 나누고 있었다.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은 2009년 초 준비 모임이 생긴 후 3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서울과 파주, 고양 등에서 400명의 조합원을 모집, 2월에 창립총회를 연 신생 조합이다. "어떻게 노후에 가족 없이도 스스로 잘 돌보며 살 수 있을까"라는 20~30대 여성주의자 비혼 여성들의 고민에서 출발했고 이들이 지역사회 네트워크와 손을 잡으면서 '한 부모 가정,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소외되지 않는 의료'를 표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의료진과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상의하는 곳"이라는 살림의원의 청사진은 의료생협이 의료 민영화의 대안으로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추혜인(34) 살림의료생협 개원준비위원장은 "살림의원은 수술 대신 생활 습관 개선을 권하고, 약 대신 운동을 처방하는 등 질병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역 주민이 출자금을 내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스스로 구성해 나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서울에 의료생협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새로 생기는 의료생협만도 은평구의 살림의료생협과 마포구의 마포의료생협, 두 곳이다. 이로써 기존의 영등포구 서울의료생협, 노원구 함께걸음의료생협까지 네 곳으로 늘었다. 홍대 앞 동네 의원 제너럴닥터도 지난해 의료생협으로 전환했다.

의료생협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건강이 단순히 질병 없는 상태가 아닌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는 정의에 따라 그 목적을 건강한 공동체와 환경을 만드는 데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 밖에서도 그 기능이 이어진다. 조합원들끼리 유기농 채소 가꾸기, 조미료 없는 반찬 만들기, 걷기, 춤추기 등 건강을 지키는 일상 활동 소모임을 운영하기도 한다.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심리 상담 센터, 노인 요양 시설, 자활 프로그램, 품앗이 프로그램 등을 갖춘 곳도 있다. 주민 참여가 공공성으로 이어지는 것.

6월 창립총회를 앞둔 마포의료생협은 서울의 대표적 마을 공동체인 성미산마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동육아를 하려는 젊은 부모들이 성산동 일대에 모여 어린이집, 대안학교, 생활협동조합, 공동주택 등을 만들어 온 마을 문화의 연장선에 있는 것. 2009년부터 추진됐고 내년 3월 전에 개원할 계획이다. 현재 조합원은 200여명이다.

윤지희(38) 마포의료생협 준비위원회 간사는 주민은 아니지만 의료생협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아 온 경우. 약사 출신인 그는 "7년간 약국을 운영하다 안 아픈 사람도 환자로 만들어 최대한 약을 처방해야 돈을 버는 의료 시스템에 회의를 느껴 의료생협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마을 문화에 기반해 지역 전체의 건강을 증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성미산마을 주민뿐 아니라 서울에 주거지, 직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