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4인 공동대표단은 '4ㆍ11총선 비례대표 경선은 총체적 부정선거였다' 는 진상조사위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인 3일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지도부 동반 사퇴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부정 경선을 거쳐 비례대표 1, 2, 3번을 배정받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모두 사퇴하지 않고 버티기에 나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 나타난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여기 어느 대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비상대책위 구성 계획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누구도 정당 사상 유례 없는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특히 비례대표 1번 윤금순,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는 부정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 만큼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한데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 소속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당권파의 주축인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물이다. 서울 관악을 지역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의 여론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 이정희 대표를 막판까지 버티게 한 배후가 경기동부연합 세력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권파 주축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은 4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지도부와 비례대표 사퇴 등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비례대표 사퇴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어서 대책 제시는 고사하고 자칫 분당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비당권파는 부정 경선으로 선출된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들이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참여당 출신 천호선 대변인은 C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선거 자체의 정당성이 무너졌는데 어떤 사람의 득표는 정당하고 어떤 사람은 정다하지 않다는 기준이 없다"며 비례대표 당선자는 물론, 후순위 대기 후보자의 사퇴까지 주장했다. 경선을 통해 순번을 부여받은 14명은 사퇴하되 영입인사 3명과 전략배치 3명 등 6명의 자격은 유지하자는 방안이다.
이 경우 영입 몫인 정진후(4번) 김제남(5번) 박원석(6번) 당선자는 비례대표를 유지하고 1~3번의 사퇴로 생긴 공백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배치한 유시민(12번) 서기호(14번) 강종헌(18번) 후보가 승계하게 된다. 다만 유 대표는 경선 관리 부실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당권파는 이 대표 등 지도부 사퇴 수준으로 수습하되, 비례대표 사퇴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당권파 인사들은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요구는 내달 3일 전당대회에 앞서 국민참여당 출신 인사들의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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