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를 앞두고 있던 2008년 11월 회장 후보자였던 윤석만(64) 당시 포스코 사장을 만난 자리에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이 동석했다는 사실이확인됐다.
이 회동은 박 전 차관 등 현 정권 실세가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자리다. 포스코건설 협력업체인 제이엔테크를 운영하는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 들어 박 전 차관을 비롯한 영포라인 권력 실세들이 포스코 관련 각종 이권을 챙기는 과정에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풀이된다.
3일 사정당국과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2008년 11월 서울 강남의 O호텔 일식당에서 이 회장을 대동하고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 포스코 지역사무소장 김모씨를 만났다. 2009년 1월로 예정됐던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두 달여 앞둔 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당시 박 전 차관이 윤 사장에게 회장 선임 대가로 금품 제공 의사를 넌지시 떠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이 무렵 윤 전 사장 외에도 회장 후보군이었던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 회장 인선에 영향력을 갖고 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도 차례로 접촉했다는 의혹이 야당에 의해 제기됐었다.
윤 전 사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당시 박 전 차관을 만난 자리에 이동조 회장이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윤 전 사장은 그러나 금품 제공 요구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 회장은 최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단서가 포착돼 경북 포항의 자택과 사무실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을 통해 이 회장이 박 전 차관과 함께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 인선에 도움을 준 대가로 포스코건설의 하청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제이엔테크는 2007년 매출액이 26억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 226억원으로 8배 넘게 급성장했다.
1억7000만원·3000만원수수박영준·강철원 사전영장 청구
대검 중수부는 이날 박 전 차관에 대해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도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실장은 2009년 초 파이시티 측 브로커 이동율(60ㆍ구속)씨가 운전기사 최모씨를 통해 건넨 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파이시티 이정배(55) 전 대표와 브로커 이씨, 운전기사 최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2일 강 전 실장 소환 조사에서 자백을 받아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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