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모든 면에서 대립하지만 한가지 문제에 있어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백두산 화산 폭발이다. 휴화산인 백두산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남한의 한 지질학자는 백두산이 2, 3년 이내에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양강도와 함경북도 주민들이 백두산 화산 폭발을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북한 당국이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피해는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 내지 100배에 달할 수 있으며 한반도, 중국, 일본 및 러시아가 주요 피해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그 규모는 비교적 작았지만 서유럽과 북유럽 항공기 운항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약 20개 나라가 영공을 통제해 수십만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 전역의 최대의 항공대란이었다.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연구가 잇따라 진행됨에 따라 백두산 폭발에 대한 경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고대 왕국 발해의 멸망을 백두산 화산 폭발과 연관짓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발해는 698년 대조영에 의해 건국되어 926년 거란 침입으로 멸망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영토가 만주까지 뻗고 중국이 해동성국이라고 부를 만큼 강한 국세와 높은 문화를 자랑하던 200여년 역사를 지닌 발해가 단 며칠 만에 이렇다할 저항도 없이 거란군의 침입에 멸망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마치다 히로시 도쿄대 교수는 1992년 처음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이 발해 몰락의 원인이라는 설을 제기했다. 마치다 교수는 81년 홋카이도 남부의 항구도시 도마코마이에서 발견된 화산재를 근거로 그 같은 이론을 제기했다. 그 화산재는 백두산과 도마코마이를 따서 B-Tm(Baekdu-Tomakomai)으로 명명되었다. 다수의 지질학자와 기후변화 전문가들도 그 화산재가 10세기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 폭발 때 생긴 것이라는 견해를 발표해왔다. 높이 2,744m인 백두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기원전 79년 로마 도시 폼페이를 매몰시킨 이탈리아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보다 약 50배 강한 것이었다.
지질학자들과 백두산의 지질적인 변화를 연구해온 학자들이 제기하는 다수의 징후들은 백두산 폭발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백두산의 폭발이 2, 3년 내로 임박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지질학자들은 백두산 대폭발이 1,000년마다, 소규모 화산 활동은 200~300년마다 발생한다고 말한다. 소규모 활동은 1413년, 1597년, 1668년 그리고 1702년에 기록되었으며 마지막 화산 활동은 1903년에 기록되었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의 또 하나의 징후로 백두산 높이가 2002년 이후 약 10cm가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화산 폭발의 전조인 마그마 웅덩이가 팽창해 산 높이와 함께 표면 기온도 높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6년 10월 1일 러시아 인공위성은 백두산 표면 온도가 확연하게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며칠 전에 북한은 북부지방에서 지하 핵실험을 했는데 전문가들은 그로 인해 마그마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립방재연구원이 2010년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 폭발 2시간 후 양강도와 함북도가 화산재로 덮일 것이며 8시간 후에는 화산재가 울릉도와 독도에 까지 미치고 12시간 후에는 일본 돗토리현에 이를 것이며 18시간 후에는 일본 너머 지역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으로 1만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기록적인 피해를 낸 것처럼 백두산 폭발은 부근에 있는 북한과 중국의 핵 시설로 인한 원전 재해를 수반해 동북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념적인 장벽을 초월해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다국적, 지역적인 협력감시체계가 필요하다.
박창석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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