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끼 아인데 우찌 딴 생각을 하는고예? 생각만 해도 심장이 막 뛰네예.”
20년째 우체국 집배원 일을 하고 있는 안호상(49ㆍ부산 동래우체국)씨의 설명은 이랬다. 지난달 26일 오전 잘 달리던 그의 오토바이가 금강공원 인근 길가에 급하게 멈춰 섰다. ‘에헤, 이거 또 정신 없는 사람이 흘리고 갔구만!’
하루 20㎞ 이상씩 골목길을 누비다 보면 남이 떨어뜨린 핸드백, 옷 등을 발견해 경찰에 넘기는 일은 더러 있지만 이번엔 지갑이었다. 묵직했다. 주인 신분증이나 명함에 적힌 연락처나 찾아볼 요량으로 연 지갑에는 5만원짜리 수 십장 등이 들어 있을 뿐 연락처 같은 것은 없었다.
그가 핸들을 돌려 간 곳은 인근의 온천1지구대. 경찰 확인 결과, 지갑에는 5만원권 28장 외에도 1,000만원어치의 유가증권, 10만원짜리 수표 1장에 몇 장의 신용카드도 들어있었다. 자신의 몇 달치 월급은 족히 되는 돈이었다. 안씨는 장성한 두 아들 등 네 식구가 82㎡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5년 전 겨우 마련한 집이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지갑은 찾은 A씨는 “사업상 결제 받은 돈을 찾아 사무실로 가다 실수로 흘리는 바람에 망연자실했는데 지갑을 발견했다는 경찰서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사례를 하려 했지만 안 집배원은 끝까지 사양했다. “당연한 일을 했는데, 이리 기사까지 써서 알리모 진짜 곤란함니데이.” 이 사연은 A씨가 우정사업본부 게시판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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