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상상하는 힘은 지구상의 생물 중 인간에게만 허락된 혜택으로, 다양한 꿈과 희망으로 재탄생해 우리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성형외과 기술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 상상만 하던 시술이 지금엔 일반화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보톡스다. 통조림 속 균이 주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개발 후 FDA 승인을 받은 것이 딱 10년 전이다. 덕분에 쌍꺼풀이나 코 중심의 얼굴 성형이 안티에이징으로 차원의 변화를 겪었다. 안전성을 입증 받은 새로운 형태의 실리콘 젤 가슴성형 보형물이 등장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이후 국제 규제기관의 승인이 나고, 내구성과 촉감이 크게 개선된 가슴 성형이 가능해졌다.
10년 후엔 어떤 성형술이 주목 받을까. 필자는 성형의 대상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젊음을 찾으려는 노인들, 여성만큼이나 멋진 외모를 꿈꾸는 남성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외모를 갱신하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술이 크게 주목 받을 것이다.
외모의 문제를 출산 전에 해결하려는 급진적인 시도도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우월한 외모를 선택적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잠재한다. 이 같은 목적이 현실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술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의료진의 시뮬레이션에 따라 오차 없이 대신 수술과정을 집도할 수 있는 로봇이 성형외과에도 도입될 수 있다.
한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성형술도 있다. 필자는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주름성형이라 본다. 화장품이나 화장기법의 발달, 각종 약품이 미리 개발돼 '20대여 영원하라'는 광고문구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발이식 또한 점차 발전하고 있는 탈모방지제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 혁신적 비만치료제가 등장한다면 지방흡입술도 찾아보기 어려워질지 모른다. 물론 10년 안에 일어나기엔 다소 비약일 수 있지만, 그간의 변화상으로 보건대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개발될 기술과 장비가 얼마나 우수한가 보다 그것이 쓰일 대상과 목적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개봉된 영화 '가타카'에서는 인류가 만들어낸 테크놀로지가 오히려 인간성과 인생을 말살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에단 호크가 연기한 주인공은 유전자 감식으로 태어나자마자 열등하다고 평가되고, 꿈을 이룰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한다. 과학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 그였지만, 불굴의 의지와 꿈에 대한 믿음으로 육체보다 정신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영화는 '인간의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10년 후 의학이, 과학이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어떤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10년 후 성형술을 포함한 테크놀로지가 만들 미래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BR바람성형외과 원장·유방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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