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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릭의 동방기행' 번역출간 정수일 문명교류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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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릭의 동방기행' 번역출간 정수일 문명교류硏 소장

입력
2012.05.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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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계 4대 여행기로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이븐 바투타 여행기> (이븐 바투타), <동방기행> (오도릭), <왕오천축국전> (혜초)을 꼽는다. 이중 <동방견문록> 을 제외한 세 권을 우리말로 옮긴 사람이 있다. '무함마드 깐수'로 알려졌던 정수일(78) 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다.

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오도릭의 동방기행> (문학동네 발행) 출판기념회. 정 소장은 이 장소와 책의 각별한 인연부터 소개했다. "이곳은 로마 가톨릭 4대 분파 중 하나인 프란치스코회의 한국 본가죠. 오도릭이 바로 프란치스코회 내 소형제회 소속 사제였습니다."

이탈리아 수사 오도릭(1265~1331)은 십자군 원정과 몽골의 서정(西征), 원 제국의 대서방 통교 등 복합적인 배경으로 일기 시작한 기독교 동전(東傳)으로 동방행에 나섰다. 1318년 4월 베네치아를 출발해 서아시아와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元)에 이르러 6년을 머문 뒤 다시 티베트, 이란 등 육로를 통해 1330년 베네치아에 돌아왔다. 오도릭은 임종을 앞두고 병상에서 자신의 여정을 구술했고, 이를 한 수사가 라틴어로 기록해 후일 편집한 것이 바로 <동방기행> 이다. 라틴어 원본은 현재 소실돼, 정 소장은 1866년 라틴어 사본을 영역한 헨리 율의 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정 소장은 "<동방기행> 에는 기독교문화의 특징이 자세히 나와 있고 사실성이 두드러지며 당대 동서양 문화를 비교한 것도 특징"이라며 "하지만 세계적인 여행기 치고 기술이 소략한데다 타 종교에 대한 편견이나 식인 폐습 같은 기담은 문명사적 해석 없이는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병상의 구술을 받아 적은 것이어서 노정상의 혼동과 오류도 적지 않다.

정 소장은 이번 책에서 문명교류학적 고증을 바탕으로 이런 잘못들을 바로잡았다. 특히 이수광의 <지봉유설> , 최한기의 <지구전요> 등 우리 고전의 내용을 통해 <동방기행> 을 고증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책머리에 오도릭의 동방행을 촉발한 시대적 배경, 오도릭의 생애, <동방기행> 의 대략적 내용을 소개한 90여쪽의 해설을 먼저 싣고 본문(5편)을 실었다.

<동방견문록> 이나 <이븐 바투타 여행기> 등에서 볼 수 없는 인문지식이 다수 소개돼 당대 사회, 문화상을 드러내고 있다. '노아의 방주'가 얹혀있다는 사르비사칼로(아라라트 산), 바벨탑, 자바의 황금궁전, 실란(스리랑카)의 아담 산 등 유적과 유물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당대 동방의 각 지역 풍습과 희귀한 식품, 동식물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정 소장의 고전 번역은 문명교류학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 옌볜 출신으로 북한 대학 교수까지 지낸 그는 1984년 필리핀 국적으로 위장해 입국했다. 단국대 교수로 활동하며 문명교류에 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으나, 96년 남파 간첩임이 드러나 투옥됐다. 2003년 사면ㆍ복권과 함께 한국 국적을 얻은 그는 2009년 문명교류학연구소를 설립해 관련 학술지와 고전을 꾸준히 번역, 발간하고 있다. 그는 "고전 여행기는 동서양 문명교류에 관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며 "고전 번역은 이런 기념비적 기록의 현재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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