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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음료, 비만·충치유발 '설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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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음료, 비만·충치유발 '설탕물'

입력
2012.05.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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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짱구’, ‘토마스와 친구들’ 등 만화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음료들이 심각한 비만과 충치를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물인 것도 모자라 콜라와 비슷한 수준의 산성도로 치아를 부식시키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음료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당 함량과 산성도, 세균증식 등을 시험 분석한 결과다. 등산화, 변액연금보험에 이어 3번째 K-컨슈머리포트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음료 모두 비만과 충치를 유발하는 설탕, 과당이 주성분이었다. 특히 상당수 제품이 달콤한 맛을 더 내기 위해 감미료를 첨가, 성장기 어린이들이 단맛에 지나치게 길들여질 우려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쿠우오렌지’(300㎖ㆍ코카콜라음료) 1병에는 각설탕(3g 기준) 13개 분량의 당이 들어 있었다. ‘카프리썬 오렌지맛’(200㎖ㆍ농심), ‘유기농 아망오렌지’(200㎖ㆍ상일), ‘튼튼짱구’(300㎖ㆍ조아제약) 등에도 각설탕 7~8개 분량의 당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치아 보호막을 손상시키는 정도 또한 콜라 못지 않았다. 산성도가 강하면 치아의 애나멜층을 녹여 충치가 쉽게 생기는데 조사대상 어린이음료 모두 산성도가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pH2.4~3.3)와 비슷한 pH 2.7~3.8로 측정됐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는 치아가 미숙하고 음료를 입에 오래 머금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산성도가 같은 음료를 먹어도 어른보다 치아손상 위험과 충치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또 17개 제품 중 13개에 어린이들이 흘리지 않도록 피피캡(윗부분을 손으로 잡아 올려 마시고, 누르면 음료 입구가 막히는 뚜껑)이 적용돼 부패에도 취약했다. 침이 병 내부로 잘 흘러 들어가 상온(25℃)에서 4시간, 더운 날씨(33℃)에서는 3시간이면 부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튼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처럼 표시한 어린이음료라도 성인이 마시는 일반 음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면서 “음료를 마시면 치아 표면이 손상을 입기 때문에 섭취 직후 물로 입을 헹구고 양치는 30분 후 하는 게 충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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