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로봇관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2일 오후 2시25분 2012여수세계박람회장 아쿠아리움 광장. 1문 입구 쪽에서 밀려오는 관객들을 멀뚱히 쳐다보던 한 자원봉사자는 전시관 가는 길을 묻자 고개를 가로 젓더니 이내 자리를 피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관람객은 기가 막힌 듯 "도대체 이래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걱정이다"고 혀를 찼다.
개막을 10일 앞두고 손님맞이를 위한 리허설이 진행된 이날 여수 엑스포 현장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관람객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엑스포 주요 전시관인 주제관을 비롯한 각국 국가관들이 번듯하게 들어섰지만 조직운영위원회의 운영 미숙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관람객 안내와 예약시스템 홍보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다. 조직위는 이날 5만 명을 리허설에 초대했지만, 관람객들이 일부 인기 전시관에 몰리면서 혼잡이 가중돼 진행 요원조차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추은숙(57ㆍ전남 여수시)씨는 "입구를 통과하자 무작정 줄만 서라고 해 줄을 섰는데 30분이 지나도 누구 한 명 와서 왜 줄을 세웠는지 설명하지 않더라"며 "진행 요원에게 항의했더니 '모르겠다'는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대다수 관람객들은 이날 14개 전시관 중 8곳은 관람 예약을 해야 하고 1인 당 2곳까지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현장을 찾았다가 1~2시간씩 줄만 섰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줄만 서다가 전시관 외관만 보고 왔다"는 냉소가 쏟아졌다. 두 딸을 데리고 엑스포 현장을 찾은 여교사 조모(47)씨는 "조직위가 예약 관람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다"며 "현장에서 관람 예약을 하고도 몇 시간씩을 뙤약볕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 시내에서 엑스포 현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승강장과 자가용 관람객을 위한 환승주차장 안내 시스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황모(58)씨는 "묻고 물어서 셔틀버스를 탔는데 안내 방송은 아예 없고 노래방 인기곡만 틀어 줬다"며 "만약 외국인이 이런 모습을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일부 전시관은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란 엑스포 주제와 무관한 콘텐츠를 전시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김영민(49)씨는 "대부분 전시관들은 첨단 IT기술과 콘텐츠 중심의 전시 운영으로 볼거리 풍부했지만 지자체관은 아무런 특색도 없고, 엑스포 관련 전시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시설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부 식당에선 관람객 수요를 맞추지 못해 밥이 떨어져 판매를 중단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양세은(37)씨는 "애들을 데리고 왔는데 식당에 밥이 없어 굶고 관람했다"며 "한마디로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람회장 밖에서도 성공개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장 교통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택시운전사 박창래(62)씨는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자가용의 박람회장 진입을 막았지만 시민들이 너도 나도 자가용을 몰고 나와 박람회장 주변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전시관 관람예약 홍보와 자원봉사자 안내 교육 등 미흡한 부분은 개막일까지 보완해 160년 역사의 세계박람회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사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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