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숱한 불법ㆍ부정이 자행됐음이 확인돼 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수습책을 놓고 정파들이 정면충돌하면서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당장 "총체적 부정ㆍ부실 선거였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2일 발표에 대해 당권을 쥔 경기동부연합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계열 자주파(NL)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중립 성향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선거관리상의 부실뿐 아니라 온ㆍ오프라인 선거상의 이중ㆍ대리ㆍ비당원 투표 등을 거론하며 "이번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권파인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조 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온라인 투표에 대해서는 "부정의 정황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현장투표에 대해선 "이미 문제가 된 7곳에서 600여표를 무효로 처리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심지어 "조사위원회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수습책 논의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부실 관리'에 초점을 맞춘 당권파는 책임자 문책에는 동의하면서도 공동대표단이나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사퇴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국민참여당 계열과 평등파(PD)는 당권파 책임론을 주장한다. 부정선거 연루자의 상당수가 당권파인 만큼 이정희 공동대표와 윤금순ㆍ이석기ㆍ김재연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습책이 나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전날 공동대표단 회의에선 "진상조사위 보고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 대표를 향해 유시민 공동대표가 사퇴를 요구하는 등 격한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당권파인 한 고위당직자는 "왜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 국민참여당계 인사는 "끝을 봐야 진보정당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우여곡절 끝에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대표단이 함께 지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다. 6월 3일이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만큼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비례대표 당선자의 거취, 현 지도부의 당권 및 대권 도전의 정당성 여부 등 얽힌 난제가 많다.
야권 전체로 보면 대선 국면에서 야권연대가 큰 힘을 받기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도덕적 정당성과 국민 신뢰를 잃은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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