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신촌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학생 흉기 난자 살해사건은 채팅 따돌림과 이에 반발한 악성댓글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툼 과정에서 벌어진 10대들의 보복살인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가 숨지기 전 이들 10대 용의자들을 '사령(死靈)카페 인간들'이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글을 친구에게 남긴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대학생 김모(20)씨 살해 용의자로 지난 1일 10대 청소년 이모(16)군과 홍모(15)양 2명을 검거한데 이어 도주했던 대학생 윤모(18)씨도 2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씨와 이군, 홍양, 윤씨, 김씨의 전 여자친구 A(20)양 등 10여명은 4~6개월 전부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인터넷밴드'라는 이름의 채팅방을 개설했다. 채팅 과정에서 김씨와 이군 등은 의견 충돌을 빚었고, 이군 등은 한 명씩 탈퇴하는 방식으로 김씨를 따돌렸다.
이에 불만을 품은 김씨는 "(이군 등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거나 악성 댓글을 올리는 등 서로 악감정이 쌓여갔다. 이군은 홍양의 소개로 알게 된 윤씨와 다른 채팅방을 만들어 "김씨를 죽이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29일 이군은 김씨가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실을 알고 윤씨에게 연락해 "(김씨를) 손 좀 보자"며 범행을 계획한 뒤 30일 오후 신촌에서 홍양, A양 등과 함께 김씨를 만났고 A양은 먼저 헤어졌다. 이군 등은 김씨와 함께 거리를 걷다 밤 8시15분쯤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 부근에 도착했을 때 윤씨가 김씨의 목을 뒤에서 줄로 감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제압했고, 윤씨가 준비해온 칼 두 자루 중 하나를 건네받은 이군은 김씨의 허벅지를 찌르기 시작했다. 김씨가 발버둥치자 이들은 칼로 김씨의 목 등을 40여 차례나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군과 윤씨 등은 범행을 시인했으나 홍양이 범행을 공모했는지, 범행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오컬트(Occultㆍ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ㆍ신비적 현상이나 그것에 대한 지식) 관련 채팅 내용이 사건의 배경이 됐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혀 이군 등의 범행 동기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숨진 김씨의 지인인 B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김씨는 전 여자친구 A양이 사령카페에 가입하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김씨는 A양과 싸웠고 A양이 알고 있던 사건 용의자들과도 싸우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채팅방에서 대화의 상당 부분이 오컬트 관련 내용으로 채워지기는 했으나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숨진 김씨는 기독교 신자로, 사건 당일에도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사령카페 인간들아!"라며 윤씨 등을 비난한 것으로 확인돼 정확한 범행 동기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사령카페'는
사령(死靈)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가리킨다. 포털사이트에서 '사령'을 검색하면 관련 카페가 100여개 넘게 나온다. 주로 청소년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다. 사령카페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에는 '악령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령을 불러 함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거나, 카페를 통해 악령을 쫓는 방법과 경험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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