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의 2일 발표에 따르면 4ㆍ11 총선에 앞서 실시한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3월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의 소스코드 열람 의혹이 제기된 뒤 당내에서 거론된 각종 부정 경선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투표의 경우 진상조사위는 선거관리 업체가 경선 도중 4차례에 걸쳐 소스코드를 열람한 점을 부정 사례로 들었다. 온라인 투표 도중 소스코드를 열람한 것은 현장투표 과정에서 투표함을 열어보는 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온라인 투표는 청년비례대표 후보 경선과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각각 4일, 5일 동안 진행됐는데, 그 동안 투표 진행 상황이 특정 후보 측에 유출됐을 경우 투표 조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스코드를 열람한 업체가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경선 관리를 담당했다는 점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온라인 투표만으로 진행된 청년비례대표 경선에서 발견된 결함을 개선하지 않고 비례대표 경선에도 적용한 점을 단순한 실무 착오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사실상 부정을 방조한 행위이자 심각한 관리 부실이라는 얘기다.
또 동일한 인터넷주소(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진 것도 부정 사례로 지적됐다. 구 민노당 출신 당권파는 "개인 컴퓨터를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 노조 사무실에선 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인 대리 투표가 발생했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장 투표에서도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다. 유권자에게 한 장씩 뜯어서 배부해야 하는 투표용지가 띠지도 떼지 않은 채 투표함에서 발견됐다. 투표 관리인이 떼어서 보관해야 할 부분이 분리되지 않거나 관리인 직인이나 서명이 없는 투표용지들도 적지 않았다. 또 투표 마감시간 이후에 당원이 아니거나 선거인 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투표자 수와 투표함 속의 투표용지 수가 일치하지 않는 등 '유령 투표' 흔적이 적지 않았다.
현장 투표의 부정은 온라인 투표에서의 소스코드 열람과 연동됐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투표에서 뒤지던 당권파 후보들이 현장 투표를 합산해 높은 순번을 차지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스코드 열람을 통해 투표 진행 상황을 사전에 입수한 뒤 현장 투표에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 부정이 개입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청호 부산 금정구의원은 지난달 18일 "현장 투표가 엉망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30인 이상이 요청하면 현장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하고, 투표 관리인조차 민주노동당 출신 1명뿐이었으니 박스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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