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유주(30ㆍ사진)씨가 문학 전문 1인 출판사를 만들고 이달 말께 첫 책을 출간한다. 출판사 이름은 '올리포 프레스'. 한씨는 1일 인터뷰에서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외국 주요 작가의 단편을 문고본 형태로 펴내거나, 기존 문학 전문 출판사가 다루지 않았던 개성 있고 전위적인 작품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사와 플롯을 해체한 독창적 글쓰기로 새로운 소설 미학을 개척해가고 있는 그의 문학적 이력과 잘 어울리는 행보다.
_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본격적으로 출판에 뛰어들겠다는 건 아니고 취미 차원이랄까. 노느니 일을 해보자 싶기도 하고.(웃음) 책을 좋아하다 보니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 재작년 말 출판사 등록을 했다."
_출판사 이름에 담긴 뜻은.
"올리포(Oulipo)는 프랑스에서 레몽 크노, 이탈로 칼비노, 조르주 페렉 등이 참여했던 일종의 문학 동인이다.(1961년 결성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적 형식을 탐구한 단체로, 세 단어의 약어 Ou-Li-Po를 조합한 단체명은 '잠재적 문학의 작업소'라는 뜻이다.) 의미도 있고 어감도 좋아 골랐다. 한국말로 하니까 해수욕장 이름 같기도 하고.(웃음)"
_처음 낼 책은 뭔가.
"소설가 김태용씨가 '번역한' 프랑스 시인 자끄 드뉘망의 시집이다. 트릭이 있는 '번역 시집'인데, 사실을 밝히자면 김태용씨는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고, 자끄 드뉘망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자끄 드뉘망은 김씨의 필명이다) 자기가 번역한다면서 시를 썼고, 거기에 이준규 시인이 해설을 달았다. 이달 말 출간을 목표로 편집 중이다."
_편집은 외주 줬나.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을 해온 최하연 시인이 맡았다. 아마 최 시인이 한두 권 더 편집을 해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편집 기술을 배워서 이후에는 직접 책을 펴내볼까 한다."
_김태용, 이준규, 최하연씨는 문학 동인 '루'를 함께하는데, 동인 차원의 출판사인가.
"그렇진 않다. 워낙 가까운 문우들이라 자연스레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올 여름까지 원고를 모아 동인지를 펴낼 계획도 있다. 그동안 동인 차원에서 무대 공연 등은 해왔지만 동인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_외국 단편 출간 계획은.
"저작권이 소멸했거나 싸게 확보할 수 있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작가들을 찾아 소책자나 문고판 형식으로 단편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외국은 작품 분량에 제한이 적어서 단편 하나로도 작은 책 한 권을 만들 만하다. 19세기 벨기에 작가 조르주 로덴바흐가 첫 주자다.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브라질 상징주의 초기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 올해로 저작권 효력이 끝난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도 출간 후보다."
_책 판매 방안은.
"인터넷서점이나 홍대 주변 소규모 출판사들을 활용하려 한다. 필요하면 출판사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 생각도 있고. 발행 부수는 500부 정도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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