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릴 것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고급차니까 충분히 자신 있다."
2일 저녁 서울 중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아차 'K9'신차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 마디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정 회장이 새 차를 소개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한 것은 2009년 3월 현대차 '에쿠스' 이후 38개월 만. 정 회장은 이미 지난달 30일 사장단 회의에서 "K9의 성능은 유럽 차와 견줘도 대등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아울러 "판매 전략을 잘 짜서 수출에 힘을 쏟으라"고도 했다. 성장에 한계가 있는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을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 기아차는 일단 내수시장에 주력하되 내년 6월 미국을 시작으로 10월 중국 등 세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K9을 여러 번 타봤다"는 정 회장은 "기아차가 이 정도의 최고 사양(플래그십) 대형 세단을 만들기 까지 10년 걸렸다"고 말했다. 2002년 '엔터프라이즈'생산을 멈춘 후 기아차는 전륜 구동 '오피러스'를 최고급 모델로 판매해 왔다.
K9은 2008년부터 'KH'라는 프로젝트로 연구 개발을 시작한 이후 4년 5개월 가까이 5,200억 원을 투입해 독자 기술로 만든 첫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방식) 세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의 고급 세단이 후륜구동 방식을 써 온 것을 감안하면 같은 방식을 채택한 것 자체가 제대로 붙어 보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K9의 마케팅 슬로건을 '최고를 향하여(to the greatest)'로 잡은 것도 지금까지 늘 해왔던 해외 브랜드와 비교에서 벗어나 당당히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건 1999년. 말이 형제회사였지, 알게 모르게 '미운 오리 새끼'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K시리즈를 통해 현대차와 버금가는 위치에 올라섰고, 마침내 K9으로 '백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미국, 유럽 등 자동차 본고장에서 기아차의 판매 성장률은 전체 브랜드 중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이다. 정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K9은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세계 시장에서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K9이 BMW, 벤츠, 아우디 등 국내 수입차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 수입차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내수 시장에서는 1만8,000대, 내년에는 국내를 포함해 2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은 ▦3.3모델이 5,290만∼6,400만원 ▦3.8모델이 6,340만∼8,640만원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