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정순(55)씨는 얼마 전부터 마트 대신 생활협동조합(생협)을 찾기 시작했다. 친환경 상품인데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일반 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에서 파는 유기농 당근 가격은 2,300원(1㎏)으로, 시중 가격(4,000원 정도)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주로 대형마트나 가까운 슈퍼마켓을 찾았지만 안전한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생협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식탁안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고물가까지 계속되면서 생협을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생협은 말 그대로 협동조합이어서 생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유통마진을 줄인데다, 최근엔 채소 과일 등 1차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할인행사까지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아이쿱 생협은 지난 2월부터 친환경 채소 등 총 80여 개 상품 가격을 올해 말까지 최대 36%까지 인하해 팔고 있다. 과거 배추, 고추가루 등 파동을 겪는 일부 품목에 한해 일시적으로 인하를 벌인적은 있지만, 수십여 개 품목을 장기간 싸게 파는 경우는 처음. 두레생협과 한살림도 매달 서너개 상품을 정해 최대 40%까지 값을 낮추는 등 기획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친환경을 실천하면서도 일반제품과 가격경쟁이 가능했던 건 '가격안정기금' 때문이다. 생협은 조합원이 제품을 구입할 때 마다 일정 금액을 받아 적립하는데, 이 돈을 '가격안정기금'으로 운영한다. 가격이 폭락해도 약속된 금액으로 상품을 구매해 안정적인 생산을 돕는 것이다. 아이쿱의 유례없는 할인행사도 조합원으로부터 월 1만원씩 받는 회비 가운데, 350원씩 쌓아둔 적립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현재까지 약 4억원이 투입됐다.
가격 경쟁만큼 중요한 것이 물량 확보. 대형마트 등에서 진행중인 할인행사의 경우, 행사 시작 몇 시간 뒤 상품이 동이 나버려 '빚 좋은 개살구'란 비판을 듣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행사기간 고객 수 예측이 힘든 대형마트와 달리 생협은 조합원을 상대로 판매하는 시스템이므로 수요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다. 한 생협 관계자는 "생색내기가 아닌 소비자가 정말 필요한 물품들 중심으로 실효성 있게 접근할 계획"이라며 "생산량이 못 따라올 경우, 아예 할인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속 있는 소비자들이 찾으며 생협들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회원수 30만 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한살림의 경우, 4월 한달 간 '조합원 맞이의 달' 행사를 통해 서울에서만 3,70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아이쿱의 경우, 두 달 사이 신규가입자가 5,000여명이 넘고 매출 역시 매달 15%이상씩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데 대한 부작용 우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일부 생협에만 회원이 너무 몰려 거대화 되면 생산자 및 조합원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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