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그제 경북 의성군 25번 국도를 주행하던 25톤 화물차가 상주시청 소속 여자사이클 선수단을 추돌해 선수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졸음운전이나 차량결함이 아니라 화물차 운전자가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켜놓고 드라마를 보며 달리다가 앞쪽에서 훈련 중인 선수단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범죄행위이다. 시속 70㎞ 상태에서 DMB에 5초만 시선을 빼앗겨도 100m를 눈감고 달리는 것과 같다. 그 동안 대형사고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정도다. 내비게이션 조작이나 휴대폰 문자 주고받기도 마찬가지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이런 '주행 중 한눈 팔기'가 전국 도로 곳곳에서 예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운전자도 습관적으로 DMB를 시청했다고 한다.
운전 중 DMB 시청은 불법이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에 훈시조항으로만 규정해 놓았을 뿐, 휴대폰 사용과 달리 제재나 처벌 조항이 없다. 지난해 정부가 신설하려 했지만 국회가 국민정서상 강제하기 어렵다고 하여 무산됐다. 880만대에 달하는 차량에게 DMB 시청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운전 중에 DMB나 내비게이션을 작동만 시켜도 최고 1,000파운드(약 184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영국이나 정차 중이라도 운전석에서 DMB 영상이 보이면 225호주달러(약 26만원)의 범칙금을 매기는 호주와 비교하면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도로 위의 살인흉기로 둔갑한지 오래인 DMB 시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운전 중에는 아예 시청이 불가능해지는 DMB를 내장한 자동차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서둘러 처벌조항을 만들어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위반에 대한 벌칙이 없는 법은 법도 아니다. 경찰 역시 현실적으로 적발이 어렵다며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 지금도 운전자가 DMB로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에 한눈을 팔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는 상상만 해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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