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의 부정투표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ㆍ부정 선거"라고 규정했다. 도덕성이 생명인 진보정당으로서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책임 소재를 밝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려고 하면 지지자들의 분노는 물론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사결과 드러난 부정 행태는 공당에 의해 진행된 선거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황당했다. 온라인 투표관리를 수의계약에 의해 부적격 업체에 맡긴 탓에 기표오류 등의 결함을 초래했고, 투표 도중 임의적으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수정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조작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지만 투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은 분명하다. 동일 아이피(IP) 에서의 중복투표, 대리투표, 비당원 투표 등의 부정도 확인됐다.
현장 투표에서는 투표용지 수와 선거인명부 인원수가 일치하지 않아 931표나 무효처리 될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 양심과 관행에 맡겨 주먹구구식으로 투표를 진행했으니 사단이 안 날 턱이 없다. 다수의 현장투표소에서 마감시간 이후 투표 등 다양한 형태의 부실과 부정행위 등 당규위반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당원의 뜻과 민의가 왜곡된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비례대표후보 경선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잃게 한 절차상 결정적 하자가 확인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주류 당권파는 조직적인 부정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단호한 책임 추궁과 결과 처리에 미온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템이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 당원 투표를 통한 후보 선출이 무리였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당내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심각한 하자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원내 13석을 차지한 제3당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처절한 반성이 없다면 통합진보당의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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