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꿈꾸는 인물이 봄꽃처럼 만발했다. 그러나 화사한 자태와 향기를 별로 느낄 수 없다. 본인들은 MB 정권의 갈수록 추레한 뒤태와 박근혜의 선블록 흰 얼굴에 모두 정신 팔렸다고 억울해 할 수 있다. 야당은 더욱 억하심정일 듯하다. 안철수에 이어 문재인, 이어 그 역순으로 '이게 진짜 꽃'이라고 떠들지만 스스로 향기로운 꽃인지 감동 없는 조화(造花)인지 자신 없는 모습이다.
■ 이해찬-박지원 조합을 둘러싼 분란도 그런 딜레마를 반영하는 듯하다. 잡다한 정치공학을 감춘 채 그럴 듯한 명분을 다투지만, 둘 다 이제는 향기 없는 꽃인 탓이 크다고 본다. 두 사람 모두 인물은 없어도 눈매와 넥타이, 그 지략과 감각으로 권력의 꽃 노릇을 했다. 그러나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대선 후보 퍼레이드의 들러리 꽃 장식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어쩐지 늙고 낡았다.
■ 이 와중에 문성근이 생뚱맞게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를 논평했다. 배우 출신답게 제법 객관적 전문성이 엿보인다. 박근혜 폄하가 거슬리다가, 문재인의 임플란트 폭로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박정희 전두환을 높이 평가한 대목은 어리둥절할 정도다. 영화 캐릭터처럼 얍삽한 배신의 길을 더듬는가 싶다가, 내가 대통령 감이라고 에둘러 말한 것으로 들린다. 빛나는 조연 자리를 아쉽게 내놓은 뒤풀이일 수도 있다.
■ 이런 풍경을 지켜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의 미국 대선 레이스 논평이 눈에 띄었다. 대선 경쟁은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타고난 재능과 인간적 매력으로 승부하는 오바마 스타일과, 비호감 한계를 짧지만 강력한 개혁 메시지로 극복한 닉슨 스타일이 모범적이다. 어느 쪽도 자신이 없으면 갱스터처럼 무모한 싸움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건조한 외모의 김문수 정몽준 등이 그 길로 가고 있다. 심판이니 역사적 교체니 거창한 구호가 난무하지만, 유권자들은 박근혜- 안철수 구도와 같은 호감 경쟁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아이돌 대통령이 나라의 품위, 국민 심성에 좋을 수 있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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