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마뜨료쉬까 같다. 어떻게 이렇게 계속 나올 수 있을까. 이쯤되면 측근비리의 행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절정을 향하는 모습이다. 빙어 낚시를 구경하는 것 같다. 미끼를 담그자마자 줄줄이 엮여 물 밖으로 꺼내지는, 물 반 고기반의 겨울 호수같다. 꽁꽁 언 얼음 아래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리들이 숨어있는 것인가. 추측은 무성했다. 전 차관을 시작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또 다른 측근들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설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왼팔 오른팔을 잘랐지만 무마되지 않았다. 그만큼 큰 덩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꼴이 말이 아니다. 00녀들을 다룬 기사들, 외국 스타들이 관광 와서 놀고 간 이야기들, 끔찍한 살인사건들 등 자극적인 기사들 뿐. 뉴스쇼라는 말이 있었던가. 누구는 까기에 바쁘고 누구는 덮고 감추느라 바쁘다. 정말 정신이 없다. 제 기능을 상실한 거대언론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현란한 기술들을 마구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아래는 문체반정이 벌어진 무렵 이덕무가 정조에게 올린 상소의 일부분이다. 구절구절이 현 상황을 논하는 것 같다. 그 만큼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되물림인가.
"가만히 살피건대 대저 근래의 문풍에는 가히 근심할 것이 두 가지가 있고,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 또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문장의 기상이 쇠약한 것은 딱히 걱정할 것이 없고 오히려 기록해야 할 사실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는 것이 근심스러운 점입니다. 또한 문풍이 유약한 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나, 문장에서 의리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중략) 문체의 높고 낮은 수준은 오로지 세도(世道: 세상을 이끄는 도리)가 훌륭한가 아닌가하는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세도의 훌륭하고 나쁜 상황이 문체의 높고 낮은 수준에 연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늘 전하께서 마땅히 근심하셔야 할 것은 여기 이 세도의 상황에 있는 것이지 저 문체의 상황이 아닙니다."
이덕무가 이 상소를 올릴 당시 당쟁은 절정이었다. 최초 양반 관료제의 확립은 곧 이를 정치 체제 운영에 반영시켰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중앙에서 하급 관료와 이속들을, 지방에서 수령과 지방 유력자들을 이용해 재산을 늘려갔다. 지방 세력은 중앙 진출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성리학에 입각한 언론 활동을 통해 과거세력의 치부 행위와 수탈을 비판하고 힘을 불려나갔다. 이 지방 세력이 바로 사림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림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 어떻게 변했는가. 그런데 정치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정치하면 떠오르는 것이 정쟁이다. 얼마 전 선거가 끝났고, 정국은 변하지 않았다. 야권에서 도모했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걱정했던 부분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선거가 끝난 이후 그들의 모습이다. 선거도 끝났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리싸움을 시작했다. 명절에 하는 특집 프로처럼 익숙한 패턴이다. 어떻게든 이득을 챙기려고 몰려다니지만 모두 대의 뒤에 숨어있다. 웃기게도 부끄러운 것은 아는 사람들이다. 싸움이 시작되면 상대방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부인하기 바쁘다. 정쟁의 목적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의 이상이 아니라 뭔가를 도모해 회합해 왔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절대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 없다. 바로 이게 정파다. 정파 싸움은 대의에 대한 이견일 뿐 공식적으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며 싸움이 아니기에 갈등 이후의 어떤 사과도 없다. 대의는 실체 없이 눈앞에 반짝이는 이득을 선점하기 위한 탁상공론뿐이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진영논리의 연장선상이다.
"바다는 하나의 울타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서로 보고 있고 서로 듣고 있다고 말한들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구만리 상공에 올라 이쪽과 저쪽을 한 눈에 다 볼 수 있다면야 모두가 한집안 사람일 뿐일 터이니 굳이 울타리를 사이에 둔 이웃이라고 말 할 건 또 무어란 말인가."
역사적이고 정통적인 이 지긋지긋한. 이제 제발, 좀. 변했으면 좋겠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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