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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줄기세포 이식으로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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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줄기세포 이식으로 '새 삶'

입력
2012.05.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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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팔다리가 마비됐던 환자가 줄기세포를 이식 받아 두 팔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만성 척수손상을 줄기세포로 치료한 건 국내 처음이며, 치료 효과를 자기공명영상(MRI) 등 객관적 검사로 입증한 것은 세계에서 첫 사례다.

치료를 주도한 서울아산병원은 2일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으로 1개월~8년 동안 사지가 마비된 만성 척수손상 환자 10명에게 각자의 골수에서 빼낸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3명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치료 환자 중 마비 기간이 가장 길었던 박모(47)씨는 현재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다. 그는 1998년 교통사고로 목뼈(경추)를 다쳐 척수신경이 망가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됐고, 상반신도 감각이 없는 상태로 팔만 조금씩 움직였다. 재활치료와 중국 침 치료를 전전하다 2006년 10월 줄기세포를 이식 받았다.

"이식 다음날 자고 있는데, 새벽에 더운 거예요. 그 전엔 기온이 28도 아래로만 내려가도 난로를 끼고 살았는데…." 신경이 망가지면 추위를 심하게 탄다. 일종의 신경통이다. 박씨가 겪은 두 번째 변화는 냄새. "퇴원 다음날 양치질을 하는데 입 안에 치약 향이 싹 퍼졌어요. 어찌나 좋던지…. 신경이 망가져 평생 냄새를 못 맡을 거라고 했거든요."

이식 이듬해부턴 상반신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팔 전체에 힘이 생기면서 만세를 부를 수 있게 됐고, 이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치료 전 박씨의 손가락은 근육 수축능력이 극히 제한된 상태였는데, 줄기세포 이식 후 30개월에 접어들자 정상적인 관절 운동이 가능한 정도로 향상됐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한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서울대병원에 생겼을 때 첫 번째로 접수한 환자가 저예요. 얼마 안가 (논문조작 사건으로)접수 취소 통보를 받았을 때의 절망감이란…. 이번 줄기세포 치료는 마지막 희망이었죠."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2005~2006년 환자 10명의 엉덩뼈 골수에서 중간엽 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의 일종)를 뽑아내 실험실에서 배양한 뒤 경추를 싸고 있는 신경막을 열고 손상된 척수에 직접 주입했다. 손상 부위 주변에도 두세 차례 더 넣었다. 그 결과 10명 중 7명이 경추 MRI 촬영에서 변화가 관찰됐다. 손상 부위 경계가 점점 희미해졌고, 길쭉한 실 같은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조직이 재생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안전성을 우려해 줄기세포를 척수 말고 주로 신경막에 주입해왔다. 전 교수는 "척수손상 환자의 척수에 중간엽 줄기세포를 직접 넣어 운동기능 향상에 성공한 것도, 신경이 호전됐다는 증거를 MRI로 제시한 것도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하다. 10명 중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만큼 힘이 생기는 등의 실질적인 호전을 경험한 환자는 박씨를 포함해 3명뿐이다. 그것도 모두 팔에서만이다. 다리에선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근전도 등 객관적인 전기생리학 검사 수치에선 신경이 좋아진 걸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변화를 못 느낀 환자도 있다. 치료 효율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순수한 줄기세포만으로는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 유전자 변형 기술 등을 동원해 더 효율적인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1명이 6개월간 몸이 화끈거리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의료진은 일시적인 이상감각으로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신경외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뉴로서저리' 5월호에 실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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