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가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만큼 써낸다."(이호철)
"작가는 현실을 멀리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현실을)견뎌내기가 너무 어려워 쓸 수 없는 것들이 많다."(레민 퀘)
"이야기꾼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전달하는 이야기야말로 다음 세대가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막는 유일한 길이다."(코피 아니도흐)
직간접으로 전쟁과 테러를 경험했고 이 경험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켜온 소설가 이호철(80), 아프리카 시인 코피 아니도흐(65), 베트남 소설가 레민 퀘(63)씨가 1일 제주대에서 열린 제1회 평화문학국제포럼에서 자신들의 글쓰기 경험을 소개했다. 제주작가회의와 이호철문학재단이 주최한 이날 포럼은 비서구권 작가들이 '평화의 글쓰기'를 모색하는 자리. 행사는 제주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인도에서, 2014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1964년 15세에 베트남 인민군 유소년 자원군으로 참전했던 레민 퀘씨는 "프랑스와 독립전쟁을 겪었던 내 어머니는 베트남전이 발발하자 나와 동생을 안고 자주 울었다"며 "아마 나도 당신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복받쳐 그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그의 초기 작품은 주로 강인한 어머니상이 모티프가 된다. 이후 69년부터 7년간 종군기자를 했던 그는 당시 상황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고통스런 현실로 돌이켰다. 이날 오전 제주 4ㆍ3기념관을 방문한 작가는 "제주 4ㆍ3사건과 베트남전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며 "언젠가 두 나라 작가들이 젊은 세대를 위해 그런 얘기를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피 아니도흐씨는 아프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전쟁이 없는 조국 가나 이야기 대신 2001년 뉴욕에 머물 당시 목격한 9ㆍ11 테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아프리카 시인 치누아 체베의 말을 빌려 "전쟁, 분쟁, 테러 등 범세계적인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는 이야기꾼"이라며 작가의 사회적인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호철씨는 18세 되던 1950년 인민군으로 참전했다가 국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풀려난 이듬해 단신 월남했지만 1974년에는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투옥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런 이력이 작품 <탈향> <나상> <판문점>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에 투영돼 있다. 그는 "해외에서 나의 이력과 작품을 소개하면 '책으로 보던 그 말이 사실이었냐'며 놀라워한다"며 "문학의 힘은 이런 구체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남녘사람> 판문점> 나상> 탈향>
이날 포럼 내용 전문은 7월 창간되는 잡지 <바리마> (국학자료원 발행)에 실린다. 바리마>
제주=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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