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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 개시/ 13억명 거대 수출시장 열리지만…중국 의존도 커져 족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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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 개시/ 13억명 거대 수출시장 열리지만…중국 의존도 커져 족쇄 가능성

입력
2012.05.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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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지금까지 우리가 맺은 다른 FTA들과는 여러 측면에서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중국은 조만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정치ㆍ군사적으로도 슈퍼파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동시에 감수해야 할 위험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북한과 특수관계인 공산주의 정권인데다 그간 보여준 패권주의 성향 등을 감안할 때 단순히 경제 장벽을 낮추는 것을 넘어 안보ㆍ정치ㆍ사회 등 각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게 분명하다.

우선 양국 간 관세 철폐와 시장 개방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중국 소비시장은 향후 5~10년 내 미국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개방 수준에 따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발효 5년 후 0.95~1.25%, 10년 후 2.28~3.04%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고용은 5년 후 19만~25만여명, 10년 후 24만~33만여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한ㆍ유럽연합(EU), 한미 FTA 효과를 압도하는 것이다. 한중 FTA 발효 후 5년간 실질 GDP 및 후생 수준 증가율은 한ㆍEU, 한미 FTA의 수십 배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이 지리적으로나 사회ㆍ문화적으로 가깝기 때문인데, 오히려 이 부분이 우리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더 높이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뜩이나 무역 분야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 수출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인데, 한중 FTA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밋빛 기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 차별 받지 않으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FTA를 맺어야 하지만, 이 경우 농축산물과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제품 등 취약 분야에서 대량의 산업 피해와 실업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같은 장치를 잘 이용해 앞문은 열되, 빠져나갈 수 있는 뒷문은 순차적으로 닫는 고도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중 FTA는 정치ㆍ안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양국은 2008년 이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체제를 구축했지만, 관계의 내실 측면에서 보면 북중 관계에 비해 결속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중 FTA를 통해 촘촘한 경제적 그물망을 짜면 양국 관계를 실질적으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제 분야의 교집합이 넓어지면 이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 지금의 스탠스보다는 한 클릭 우리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으로선 한중 FTA를 계기로 중국을 통한 대북 지렛대를 보다 확고히 구축하는 셈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의 의사결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면 북한도 이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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