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가 공식 선언되자마자 농민ㆍ시민단체와 야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수출업체들은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최대 피해 분야로 꼽히는 농업 관련 단체들은 2일 “즉각 협상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한중 FTA는 한미 FTA보다 5배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국내 농업생산액은 20%나 급감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FTA는 정부가 농업과 농민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도 3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중 FTA 협상 개시를 규탄할 예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은 100억달러 늘어나는 반면, 국내 농업생산은 14.7%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산에 밀리는 섬유업계도 울상이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50%를 넘어선 대(對)중국 섬유수입 의존도가 한중 FTA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저가의 중국 섬유제품이 국내 섬유산업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성명에서 “한중 FTA는 국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이 걸린 만큼 오랜 숙고와 국민적 논의가 따라야 한다”면서 “조급한 개시 선언이 설익은 ‘통중봉북’(通中封北) 정책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시장 개척에 열심인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업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평균 관세율이 우리나라(10%)보다 훨씬 높은 중국(25%)의 관세 장벽이 해소되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중국은 연간 자동차 판매량 2,000만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도 “작년 수출량 456억달러 중 중국이 220억달러를 점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두 나라 모두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 보수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로선 중국과의 대외협상보다 오히려 한중 FTA를 맞는 국민들과의 대내협상이 더 중요할 수 있는 만큼, 그 동안 다른 FTA 추진과정에서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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