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선임 보좌관들의 일일 브리핑이 예정돼 있고 오후에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을 만나기로 돼 있습니다.”
1일 백악관이 공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은 실은 거짓이었다. 브리핑과 미팅이 예정된 것은 맞지만, 장소는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이 아닌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을 거라고 백악관이 밝힌 오전10시30분 오바마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을 타고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향해 대서양 상공을 날고 있었다.
백악관은 이날 오사마 빈 라덴 사살 1주년을 맞아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깜짝 방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연막작전을 폈다. 몇몇 최측근들과 아프간 방문에 동행한 소수의 기자단 정도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 도착하기 전 트위터에 이 소식이 먼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의 뉴스사이트(TOLOnews)가 “오바마 대통령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카불에 도착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중국 신화통신이 이를 보도한 뒤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카불에 있다는 보도는 거짓”이라며 파문 차단에 진땀을 흘렸다. 카르자이 대통령 대변인도 “미 상원의원들의 방문이 와전돼 소란이 인 것 같다”고 사실을 부인했다. 양국이 전략적 동맹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가 있은 뒤, 백악관은 “(트위터에 글이 올라온) 당시에는 카불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번 방문을 “빈 라덴 제거를 정치 쟁점화하는 부적절한 처사”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2일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난 직후 카불의 외국인 숙소 단지 그린 빌리지 근처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테러 용의자와 행인 등 6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반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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