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CNK 주가조작 사건 등 정권 차원의 각종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연루설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빠져나갔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서는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이시티 사건을 계기로 박 전 차관의 불법사찰, CNK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대검찰청이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아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년 전 이 사건 1차 수사팀은 박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도 조사하지 못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박 전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수사선상에 올렸음을 천명한 것이다.
실제로 박 전 차관 연루 부분 수사는 어느 정도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때부터 관여했고, 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위해 은밀하게 개통한 대포폰에 박 전 차관이 전화를 건 내역도 나오면서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지원관실 직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과정에 박 전 차관이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뚜렷한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고, 소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신중한 태도는 수사 전략을 노출시키기 않고, 박 전 차관 소환 전에 사법처리 수준의 탄탄한 사전작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불법사찰 사건과 달리 박 전 차관의 CN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여부에 대한 수사는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도 지난달 25일 박 전 차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 인력을 보내긴 했으나, 따로 영장은 발부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차관은 CNK 주가조작의 배후이자 CNK 비호세력 중 한 명"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아직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주범인 오덕균 CNK 대표가 해외 도피 중이고,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 등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검찰은 아직 배후세력 규명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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