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대검 중수부의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 수사가 정점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박 전 차관은 지난달 30일 구속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적용받은 것과 동일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준다는 명목으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3억원가량의 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박 전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동율씨의 관련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남은 수사는 박 전 차관을 불러 돈이 오간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그 돈이 청탁의 대가였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최 전 위원장에 이어 박 전 차관을 구속시키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는 끝난다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1일 수사팀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차관 소환으로) 수사의 한 고비는 넘겼다.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차관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여 주목된다. 만약 이 회장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박 전 차관 외에도 이상득 의원 등 이른바 '영포 라인'으로 불리는 권력 실세의 관련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수사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부인한다면,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압박하기 위해 '포항 실세'로 불린 이 회장과 포스코의 유착관계에 대해 꾸준히 제기돼 온 의혹을 파고들 수도 있다. 또 박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해 구속한 이후에도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포스코 관련 의혹이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포스코 관련 의혹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 경우 박 전 차관이 2009년 정준양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세간의 의혹이 첫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 이 회장이 운영한 제이엔테크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급성장한 부분도 의심스런 대목이다. 27억원에 불과했던 제이엔테크의 2007년 매출액이 2010년 226억원으로 8배 넘게 급증한 데는, 이 회장이 자금세탁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차관의 힘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확인될 경우 이 회장이 박 전 차관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의 실체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차관과 이 회장의 관계에서 촉발된 포스코 관련 의문이 증폭되면서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5월 파이시티 시공사로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2007년 7조원 정도였던 개발사업 수주액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에는 14조원 정도로 2배로 급성장했다. 그 배경에 박 전 차관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파이시티 시공권을 따내면서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8,900억원에 달하는 기존 파이시티 측 대출금의 보증도 서지 않았던 데는 박 전 차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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