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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이분희 복식조, 햇빛 못 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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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이분희 복식조, 햇빛 못 볼 뻔했다

입력
2012.05.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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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탁구 남북단일팀이 일궈낸 지바의 영광을 담은 영화 '코리아'가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정화와 이분희로 대표되는 여자 단일팀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을 물리치고 한반도기를 휘날리는 감동을 연출했다.

'코리아'의 실제 주인공인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 등을 1일 충북 단양군 문화체육센터에서 만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남북 여자탁구의 에이스 현정화와 이분희 복식 조는 단일팀을 대표했다. 하지만 팬들은 하마터면 현정화-이분희 복식 조를 보지 못할 뻔했다. 지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남북탁구협회의 관계자들은 타도 중국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중국의 덩야핑과 가오준 복식 조를 꺾어야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코칭스태프는 한국 대표로 평소 호흡을 맞춰온 현정화-홍차옥 복식 조를 제안했다. 현정화 감독은 "저도 잘 몰랐었는데 현정화-홍차옥 복식 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분희가 움직이는 동선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결국 단일팀의 의미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분희와 복식 호흡을 맞췄다"고 털어놓았다.

단일팀이 해체될 위기도 있었다. 합숙 기간에 일이 터졌다. 당시 김희진 북한 서기관이 여동생을 찾게 된 게 화근이 됐다. 김희진 서기관의 여동생이 한국에 살고 있어 이산 가족 상봉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북한의 고위층이 이를 마땅치 않게 여겨 단일팀 보이콧을 고려한 것. 현 감독은 "정치적으로 구성된 팀이었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 많았다. 북한은 김희진 서기관과 여동생의 만남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중국과 단체전 결승 2-2에서 북한 대표 유순복이 가오준에게 승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상에 오른 뒤 유순복은 오상영 당시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에게 찾아와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말을 남겼다. 오상영 부회장이 유순복에게 가오준을 물리칠 수 있는 전략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현 감독은 "오 부회장이 순복이에게 '지금처럼 스윙을 크게 해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작은 스윙으로 빠른 플레이를 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조언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 조언이 큰 도움이 됐기 때문에 순복이가 너무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영화 '코리아'는 여자 단일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당시 남자 단일팀의 에이스였던 유남규에게는 지바 세계선수권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유 감독은 "전성기 때 유일하게 메달을 못 땄던 대회가 바로 지바 세계선수권이다. 8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4일이 남았는데 술로 밤을 지새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지바 세계선수권은 오렌지 공이 처음으로 도입된 대회였다. 오렌지 공이 도입되면서 유 감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유 감독은 "구르바, 에릭 린드와 함께 오렌지 공 도입에 대해 항의했다. 오픈대회를 통한 실전 경험 없이 바로 세계선수권에서 사용했다"며 "공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게 너무나 뚜렷했기 때문에 초점이 안 맞았다. 결국 1년 동안만 사용되고 다시 흰 공으로 교체됐다"고 하소연했다. 세계선수권 개막 직전에는 모든 초점이 우승 후보인 남자팀에 맞춰졌다. 하지만 남자 단일팀이 단체전 8강에서 스웨덴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여자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단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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