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18∙206㎝∙경복고)은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 유일한 고교생 센터다.
이종현은 첫 성인 대표팀 발탁에 기분이 들떴다. 대표팀의 첫 소집일인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선배들은 소집 시간인 오후 2시가 돼서야 체육관에 들어왔다. 막내 이종현은 벌떡 일어서 "안녕하십니까"라며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나눴지만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종현은 2년 선배 김준일(20∙연세대)과 체육관 오른쪽 구석 의자에 앉아 이상범(KGC인삼공사) 대표팀 감독을 기다렸다. 인사 이후 선배들과의 대화는 없었다. 훈련 중에도 이들은 계속 붙어 다녔다.
이종현은 "낯을 가려서…"라며 "인사는 드렸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도 훈련에는 적극적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프로 선수들과 달리 이종현은 한창 시즌을 뛰고 있는 중이다. 몸 상태가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현은 "대표팀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 때 실감이 안 났는데 선배들을 직접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현재 몸무게가 106㎏으로 몸이 가볍다"며 "오세근, 김주성 선배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통 빅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12명 최종 엔트리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자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종현은 한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센터 자원이다. 키가 계속 크고 있다. 양팔 길이는 220㎝에 달한다. 골 밑에서의 움직임이 좋고, 슛도 정확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11일 연맹회장기 남고부 준결승 계성고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42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아마농구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 신기록이다. 농구가 40분 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1분당 1개 이상을 걷어 올렸다. 프로농구에서는 테렌스 레더(모비스)가 지난해 12월25일 LG전에서 기록한 31리바운드가 최다 기록이다. 이미 고교농구에는 그의 적수가 없다.
이종현은 "몸 싸움과 슈팅에 자신 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성인 대표팀에 들어와 경기 운영 능력, 1대1 기술 등을 많이 배워가고 싶다. 국제무대에 나간다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상범 감독은 "이종현을 이날 처음 봤다. 경기 장면을 보지 못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빠른 공수 전환을 강조할 것인데 종현이가 얼마나 잘 따라오고 열정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실력은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종현은 "키에 비해 스피드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은 중앙대와 기아자동차에서 센터로 뛰었던 이준호(46∙197㎝)씨의 장남이다. 이날 이종현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체육관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성실히 훈련에 임하고, 많이 배우고 오라"는 격려를 들었다.
이종현은 "태극마크를 달고 성인 무대에서 뛰는 것을 꿈꿔왔다. 태릉선수촌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나라의 명예를 걸고 땀방울을 흘리는 장소다. 나도 그곳에 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첫 훈련에는 10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상견례와 웨이트 트레이닝, 슈팅훈련으로 1시간30분 가량 가볍게 몸을 풀었다. 1차 합동 훈련은 15일까지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계속된다. 16일부터는 예비 엔트리 24명 중 16명을 뽑아 태릉선수촌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을 한다. 대표팀은 7월2일부터 8일까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안양=글ㆍ사진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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