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성훈(32)은 1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즌 초반 무서운 홈런 레이스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전날 밤 고향인 광주에 있는 외할머니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다시피한 정성훈에게는 친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였다.
정성훈이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시즌 8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정성훈은 0-0으로 맞선 1회 2사 1루에서 한화 선발 마일영의 5구째 115㎞ 짜리 커브를 걷어 올려 잠실구장 왼쪽 담장을 넘겼다. 전날까지 공동 1위였던 넥센 강정호(7개)를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로 뛰어오른 순간이었다. 그러나 정성훈은 다이아몬드를 돌면서도 홈팬들에게 하는 특유의 손가락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8호 홈런만큼은 고인이 된 외할머니만을 위한 홈런이었다.
시즌 최다 홈런이 현대 시절이던 2005년 17개에 불과했던 정성훈은 올시즌 17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뿜어내는 괴력을 뽐내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정성훈은 올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중용 받으면서 슬러거로 변신했다.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을 전문가들은 정성훈의 성공 비결로 꼽고 있다. 개막 초반만 해도 정성훈은 4번의 부담감을 털어 놨었다. 그러나 홈런을 1, 2개 치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어떤 투수, 어떤 구종을 상대해서도 칠 수 있다는 강한 멘털이 정성훈을 더욱 거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노림수와 임기응변 모두 최고조에 올라 있다. 8개 가운데 4개는 초구에 작심하고 때린 것이었고, 지난 주말 부산 사직구장에서 때린 6호 홈런은 직구를 기다리다가 변화구를 받아 쳐 만들어 낸 130m 짜리 초대형 대포였다. 정성훈은 경기 후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홈런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LG는 정성훈의 결승 홈런과 선발 주키치의 7이닝 2실점 호투를 앞세워 4-2로 승리하고 넥센과 공동 4위(이상 9승8패)로 올라섰다. 9회 등판한 봉중근은 1이닝을 깔끔히 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목동에서는 롯데가 넥센을 11-1로 대파하고 단독 선두(11승1무5패)로 올라섰다. 2번 조성환은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롯데 선발 고원준은 5.1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편 대구 삼성-두산전과 광주 KIA-SK전은 비로 취소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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