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로 촉발된 파인시티 인허가 비리사건이 정권 핵심이 얽히고 설킨 초대형 권력형 비리로 커지고 있다. 지난 정권들의 말기 권력 비리와 견주어도 심상치 않다. 과거 정권 비리가 대체로 실세나 대통령 친인척 한 둘이 연관된 것이었던데 비해 파인시티 사건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대통령 측근을 망라하다시피 한 등장인물의 면면 등으로 볼 때 그 전개 방향과 파장의 크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의 얼개만으로도 현 정권 출범 뒤 끊임없이 나돌던 '영포 라인'에 대한 소문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이 확인된다. 좌장 격인 최 전 위원장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 원 가량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이상득의원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역시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중간에서 이들에게 돈을 전달하거나 자금세탁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동률씨와 이동조 제인엔테크 회장도 모두 동향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ㆍ재계 전반으로 비리 외연이 확장될 조짐이다. 파이시티 사업구상을 가능케 한 2005년 화물터미널부지 용도변경에 참여한 서울시 도시계획ㆍ건축위원회에는 곽승준 이종찬 신재민 등 훗날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제어하기 힘든 태생적 비리 가능성을 안고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단독 입찰로 사업권을 따낸 포스코의 제에이앤테크 납품특혜 의혹, 이 의원과 박 전 차관의 포스코 경영권 교체 개입 의혹까지 다시 들먹여지는 상황이다.
박 전 차관이 세탁 자금을 받은 시기로 보아 대선자금으로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게 됐고, 나아가 서울시장 임기만료 직전 용도변경이 이뤄진 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최소한 동향 측근들을 제어하지 못한 점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줌의 지역 인맥이 정권을 망치고 국정을 농단한 기막힌 세월이 실로 참혹하고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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