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여력이 없다"며 고사한다. 사모펀드(PEF) 업계는 "우리에게 팔려고 했다면 작년에 팔았어야 했다"며 콧방귀를 뀐다. "지난해보다 시장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지난달 29일 발표된 우리금융지주 재매각 방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때문에 벌써부터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시장 여건이 작년보다 좋아졌을지는 모르지만, 정권 말에 이렇게 큰 거래를 추진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심을 보이던 PEF들도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듯 하다. 우리금융 입찰 자격은 작년과 같이 국내외 금융회사 및 국내 사모펀드에만 주어진다. 보고펀드, MBK파트너스, 티스톤콥 등 3개 대형 PEF사는 작년 매각추진 당시 인수의향서(LOI)를 낸 바 있다. 이 중 한 사모펀드 고위관계자는 1일 "(정부에)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느냐"며 "전혀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작년과 비슷한 방식으로 재매각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작년에 실패한 사모펀드 인수안이 올해라고 환영 받을 리 없다는 것이 그가 보는 시각이다. 그는 "작년에 관심을 보이던 국내외 투자자 대부분이 올해는 냉담하다"고 밝혔다. 다른 사모펀드사 관계자들도 인수 "밝힐 입장이 없다"거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수에 나설 대상이 사라지자, 정부는 대형 금융지주사 간 '합병'이라는 카드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합병으로 초대형 금융지주사가 탄생할 경우, 잉여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누가 이런 궂은 일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지주사간 합병이 성사되면 적어도 수천명의 감원이 불가피한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도 커지는데다, 유럽재정위기 여파 등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예비입찰서 마감 기간인 7월 27일까지 시간은 충분하다"며 "국내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컨소시움에 외국 연기금 등 외국계 투자자본이 참여하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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