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자 주변 단지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재건축 규제의 고삐를 움켜쥐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주 개포주공을 찾아 "소형 의무건설 비율에 대해 주민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나서부터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사업성이 우려했던 만큼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급매물로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조금씩 올려 받으려 한다"며 "거래는 거의 없지만 호가는 한 두 달 새 3,000만~4,000만원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포동 주공1단지 42㎡는 한달 전에 비해 4,000만원 이상 오른 6억9,000만원에, 36㎡는 4.000만~4,500만원 가량 상승하며 6억원을 육박하고 있다. 주공3단지 36㎡ 역시 2,000만원 오른 6억원까지 시세가 올라섰다.
개포주공 4,000만원 내외 올라
강남 재건축이 활기를 띠자 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14개월 만에 반등했다. 1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수도권 재건축 매매가가 전월 대비 0.20% 상승했다. 상승을 주도한 곳은 서울 강남과 송파구. 두 지역은 각각 3월에 비해 1.13%, 1.08%가 올랐다. 개포지구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나타난 가격 상승세가 주변 재건축 단지로 번졌기 때문이다. 개포주공의 영향을 받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와 가락동 가락시영도 호가 상승이 나타났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에 따른 기대감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는 상황이다. 잠실주공5단지 119㎡는 3월에 비해 7,000만원 올라 11억1,5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 가락시영은 5월 중 종상향 등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사업 추진 기대감까지 가격에 반영됐다. 가락동 가락시영2차 33㎡는 1,500만원 오른 4억5,000만원 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 폭에 촉각
이처럼 부동산 경기의 풍향계 역할을 맡아온 '강남 재건축'경기가 꿈틀거리자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반등을 대세 상승의 시작으로 보긴 아직 너무 이르다는 견해가 여전히 우세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일부 단지에서 시세 반등이 나타나긴 했지만 이는 해당 주민들의 보상 심리가 반영된 부분도 있어 보인다"며 "아직 상당수 지역은 침체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동산 경기의 대세 반등으로 보기엔 다소 성급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도 강동구(-0.84%)와 영등포구(-0.81%), 관악구(-0.46%), 서초구(-0.41%), 용산구(-0.25) 등은 오히려 3월보다 떨어졌다.
강동구 지역은 여전히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고덕동 J공인 관계자는 "고덕주공2단지 46㎡의 경우 3월에 비해 3,500만원 하락한 4억6,500만원 정도고, 5억4,000만원 정도 나가는 인근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 59㎡도 한달 전에 비해 2,000만원 이상 내렸다"며 "상승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매매가가 10억원이 넘는 중대형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포동 주공1단지 138㎡의 경우 2,500만원 떨어진 20억5,000만원, 서초동 진흥 171㎡는 2,000만원 하락한 15억7,500만원, 잠원동 한신5차 115㎡는 2,000만원이 빠진 10억원에 각각 시세가 형성됐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나고, 박원순 시장도 당초 재건축에 대한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처럼 비치면서 침체된 재건축이 조금은 살아났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화된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건축 단지만 계속 상승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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