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는 두 가지 차원의 '우리'가 있다. 먼저 해외의 이른바 유명 오페라 작품 소비자로서의 우리,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오페라를 보듬어 온 자취가 있다고 말하는 우리가 공존한다.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은 그간 무대 중 호평을 받았던 창작 오페라 12편을 엮은 무대로 후자에 방점을 찍는다.
"6월 7, 8일 이틀간 공연인데 공연팀에서 열 두 작품에 출연자 50명을 준비, 섭외하려고 하니 일이 많은가 봐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의 말은 김의준 신임 단장을 맞아 마련한 이 무대가 만만치 않음을 넌지시 일러준다. 우리 오페라계의 원로 박수길씨가 총연출자로 나서 전체 무대의 색채를 조정하고 김덕기ㆍ최승한 등 두 지휘자가 이 특별한 옴니버스 무대의 음악을 각각 맡는다. 우리 오페라사의 고갱이만 모아 라이브로 재현하는 것이다.
첫 무대는 유치진 작ㆍ장일남 곡의 '왕자호동'. 이어 이강백 작ㆍ공석준 곡 '결혼', 이서구 작ㆍ현제명 곡 '춘향전', 오영진 작ㆍ홍연택 곡 '시집 가는 날', 결혼 반지와 사랑, 젊음이라는 소재로 헛된 욕망을 비꼰 이강백 작ㆍ박영근 곡 '보석과 여인' 등이 압축된 세트에서 잇달아 공연된다. 원효와 요석 공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소재로 불가의 인연을 그린 김민부 작ㆍ장일남 곡의 '원효'가 첫 날의 끝을 장식한다.
이튿날 3막 10장의 오페라 '동명성왕'(김용범 작ㆍ박영근 곡)으로 여는 무대는 유치진 작ㆍ김달성 곡'자명고'로 이어진다. 바로 뒤의 작품 '봄봄'(김유정 작ㆍ이건용 곡)은 바보스런 청년을 데릴사윗감으로 부려먹던 딸 부자 오 영감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담은 코미디 무대. 유치진_장일남 콤비의 '춘향전'에 이어 무대에 오르는 '천생연분'(이상우 작ㆍ임준희 곡)은 '맹진사댁'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명망가 김판서와 신분 상승에 눈 먼 맹 진사 간의 소동(farce)을 그린다.
이어질 '아랑'은 원한을 품고 숨져 새로 오는 부사마다 부임 첫날 숨지게 한 처녀 원귀 아랑의 해원을 그린다. 판소리 창법을 도입하는 등 한국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신라 말기의 장수 처용, 그와 가실 사이를 시기하던 역신이 벌인 싸움을 주제로 한 '처용' (김의경 작ㆍ 이영조 곡)이 이 특별한 옴니버스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밖에 '피가로의 결혼'(뉴서울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누오바오페라단), '토스카'(그랜드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서울오페라단) 등 화려하고 장중한 오페라 무대도 만날 수 있다. 6일~6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5363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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