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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며 토론하는 학생들 '역지사지 소통'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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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며 토론하는 학생들 '역지사지 소통' 배워요

입력
2012.04.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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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따돌림, 청소년 음란물 노출, 부모와의 갈등, 선생님 무시, 흡연 등 흔히 청소년 문제라 불리는 것들은 갈등에서 비롯되거나 갈등을 수반한다.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와 질풍노도 시기의 예민한 감수성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대화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청소년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갈등을 토론 연극을 통해 풀어나가는 교사가 있다. 도덕 과목을 가르치는 서울 개원중학교 안희경 수석교사(교장 교감 등 관리직으로 진급하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면서 교수·학습법을 개발하는 교사)는 지난 1년 동안 수업시간에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토론 연극으로 다뤘다. 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이 가능한 점이 토론 연극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 일상에서 소재 찾아

"어떤 녀석들이 담배를 펴? 너희들, 안에서 뭐했어? 담배가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 알아?"(교사 역)

교사 역할을 맡은 학생이 목소리를 높이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된다. 옆에서 지켜보던 교사가 개입한다.

"방금 그 대사를 하니까 학생들이 웃었잖아요. 선생님이 이렇게 꾸중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교사)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보다 담배 피우라고 권하는 친구들이 더 무서우니까요"(학생들)

"선생님은 왜 담배를 못 피우게 할까요?"(교사)

"학생이 나쁜 길로 가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요"(학생들)

지난해 가을 안 교사가 진행한 토론 연극 수업의 일부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이 동급생에게 같이 피울 것을 권하고 이를 본 다른 학생이 교사에게 알려 적발되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도덕 과목의 '청소년의 비인간화' 단원을 다루면서 청소년 흡연 문제를 비롯해 외모지상주의, 학교 폭력 등 학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를 소재로 했다. 이러한 소재는 50분이란 짧은 시간에도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집중시킬 수 있다. 또 연극 중간에 개입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연극에만 몰입하다 보면 토론이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대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도중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의 마음 읽을 수 있어

토론 연극은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 현실에 주목하고 그것을 연극으로 표현, 생각할 거리를 찾아내 다양한 해결 방법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토론수업도 획일적 수업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 안 교사는 학생들이 소박하게 연기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논리적 설득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소통이 이루어지면 그 시간 자체가 힐링 타임"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연극으로 우리 문제점을 표현하는 것이 새롭다" "우리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연기하면서 그 상황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토론 연극 시간을 마친 후에는 "왕따를 직접 연기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역할도 피해자 역할도 아니었지만 방관하는 학생 역할을 하면서 모른 척 넘어가는 일도 나쁜 일이란 걸 알게 됐다"는 반응이 있었다.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지원 계속 돼야

안 교사는 문예체(문화ㆍ예술 ㆍ체육)를 교과 수업에 적용하는 것이 참신하다는 생각에서 토론 연극 수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브라질 출신의 극작가이자 연극이론가인 아우구스또 보알의 토론 연극을 보급해온 '극단 해'와 함께 연극 연수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토론 연극 수업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학교는 서울시 학력평가 3위 수준의 강남 사교육지대였고 대부분 수업이 강의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시험성적에만 관심 있는 학생은 그저 노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올해 수업은 학교 분위기도 다른데다 시범운영 수석교사로 활동하면서 예산 지원을 받은 덕분에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의 70%는 전문 강사료에 쓰이고 나머지는 수업 물품 구입, 보고서 제작 등에 쓰인다. 그는 "강의식 수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집단적 깨달음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토론 연극의 활성화를 기대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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