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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與 친박계,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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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與 친박계, 그 입 다물라"

입력
2012.04.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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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먼저 매를 맞겠습니다."

올해 초 각종 비리 사건들이 터지면서 여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자신의 의정보고서 표지에 이 같은 문구를 올린 뒤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 사진을 실었다. '앞으로 잘할 테니 총선에서 부디 너그럽게 봐달라'는 애원이었다.

다소 과장된 표현법이 동원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당내 인사들도 이와 비슷하게 죄인 흉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절박함이 통했는지 3개월 뒤 유권자들은 내리치려던 회초리를 잠깐 거두었다. 새누리당은 이렇게 어렵사리 살아났다.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났나 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핵심 실세 그룹을 겨냥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다른 친박계 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전직 비상대책위원은 아예 "박 위원장이 (실세 모 의원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해당 인사를 거론했다. 곧이어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실세 의원들이 차기 전당대회 등을 통해 주요 당직에 포진하게 될 것이라는 괴소문이 나돌았다. 당은 발칵 뒤집어졌고 비박(非朴)진영에서도 "사실이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금세 내부 갈등은 노정됐고 당내 파문은 확산됐다.

이들은 같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이 박 위원장을 향한 충정에서 비롯된 고언(苦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이들의 지적이 정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방법론엔 문제가 있다.

친박계 내부의 문제점이라면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해결해도 될 일이다. 집단 건의를 하든지, 원로들의 힘을 빌리든지, 서신을 전하든지, 단독 면대를 통하든지 방법은 많다. 그런데도 이들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했다.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들이 토해낸 불만의 기저에는 친박계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친박계의 신실세와 구실세, 신주류와 구주류의 '밥그릇 싸움'이란 관측이다.

당연히 박 위원장이 전에 없이 화를 냈다. 그는 "존폐 문제를 걱정할 위기 상황이 끝난 지 며칠이 됐다고 벌써 망각하고 있다"며 "또 잘못하면 용서를 빌 수도 없다.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 위원장이 역정을 내자 일단 갈등 양상은 잠복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집중타를 맞은 친박계 신실세는 구실세의 특정인을 괴소문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벼르고 있고, 해당 인사는 음해라고 펄쩍 뛰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5월15일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의 요직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다시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 지 불과 2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것이다. 기막힐 따름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친노 세력의 단합 속에 동교동계를 끌어들여 승리를 일궜다. 1997년 김대중 후보는 동교동계에 김종필계를 얹었고, 1992년 김영삼 후보는 민주계에다 민정계를 품어 당선됐다.

그런데 대선을 7개월 여 앞둔 친박계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내부 단합이나 외세 확장은커녕 서로 총선 전리품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러다 대선이 다가오면 총선처럼 또 죄인 흉내를 내면서 표를 달라고 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한숨이 나올 법하다.

불가(佛家)에서는 욕심을 뜻하는 '탐욕'과 노여움인 '진에', 어리석음의 '우치'를 삼독(三毒)이라고 하며 이를 늘 경계하라고 한다. 친박계의 권력욕과 상호간 적개심, 국민 시선을 생각하지 않는 어리석음이 딱 이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일반인이 삼독을 행하면 자신의 실패로 그치지만, 유력 정치인의 삼독은 나라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도 이젠 편협하고 저급한 이해관계에서 좀 벗어나기 바란다. 자체적으로 세 불리기가 어려울 경우 최소한 반 년여 만이라도 파열음 없이 조용히 지내달라는 이야기다. 그게 이번 총선에서 지지를 보낸 절반의 유권자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새누리당이 사는 길이다.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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