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중국선원들은 손도끼와 식칼, 갈고리 등을 마구 휘둘렀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는 우리로선 막막할 따름이었습니다. 불빛도 없는 바다에서 보낸 15분이 하루 같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목숨을 건진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0일 새벽 1시10분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1,058톤) 2호는 우리나라 서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서방 35마일 해상에서 불법 조업중인 중국어선을 발견했다. 우리 지도선은 야간불법 어획율 검문검색을 벌이기 위해 중국선적 227톤급 어획물운반선 절옥어운호에게 정지신호를 수 차례 보냈다.
그러나 이 어선은 검문에 불응한 채 전등을 끄고 중국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추격을 벌이던 우리 지도선은 흑산도 북서방 40마일 해상에서 단정(단속보트)을 내리고, 항해사 김정수(44)와 화정우(32)씨 등 6명을 승선시켜 중국어선을 쫓았다. 단정은 빠른 속도로 중국어선에 접근했고, 새벽 2시20분쯤 우리 대원 4명이 이 어선에 올라탔다. 하지만 중국 선원들의 저항은 결사적이었다. 이들은 손도끼와 식칼, 갈고리 등 흉기를 휘두르며 강력히 대응했다. 일단 승선에 성공한 우리대원들은 어선의 항해를 멈추기 위해 조타실 점거에 나섰다. 그러나 목숨을 건 중국 선원들의 저항에 진입이 쉽지 않았다. 중국 선원들은 미리 준비한 듯한 주먹 보다 큰 바윗돌을 대원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화씨와 동료 대원 3명은 돌에 몸을 맞고 발등을 찍히기도 했다. 화씨는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낫을 손으로 막고, 3단봉으로 선원 1명을 제압했다. 그러나 뒤편에서 또 다른 중국 선원이 휘두른 칼날을 피하려던 화씨는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구명조끼를 입은 그는 정신을 잃고 바다에서 15분간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항해사 김정수씨는 중국선원이 휘두른 손도끼에 머리를 맞는 큰 부상을 입었다. 조현수(43)씨와 김홍수(42)씨 등 다른 2명의 대원들도 머리와 팔, 다리 등에 찰과상을 입고 단정으로 대피했다.
우리 지도선은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면서 대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자 이들에게 복귀 요청을 내렸고, 30분후 모두 무사히 지도선으로 돌아왔다. 우리 지도선은 인근해역에서 순찰 중이던 목포해경 소속 경비함 3009함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해경은 즉각 중국어선에 대한 추격에 나섰고, 결국 1시간20분만에 신안 홍도 북서방 76km해상에서 이를 나포하는 데 성공했다. 목포 병원에 입원중인 화씨는"바다에 빠졌을 때는 금방 죽을 듯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며 "우리 정부가 불법 중국어선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내리지 못해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해경은 이날 중국 절옥어운호 선장과 선원 등 9명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하고, 목포항으로 압송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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