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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종중 땅 일부 떼내 싸게 팔겠다" 사기

입력
2012.04.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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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김씨 상촌공파 종중원인 김모(55)는 2008년 5월 이모(58)씨 등을 만나 솔깃한 제안을 했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종중 땅 일부를 매각해 큰 이익을 보게 해줄 테니 미리 돈을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김씨가 언급한 종중 땅은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자리잡은 3만3,623㎡ 크기의 임야. 김씨는 "이 땅이 경주김씨 상촌공파 소유인데 이 중 3,000평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라고 이씨 등에게 말했다. 실제로 이 땅을 포함해 상촌공파 종중이 이 일대에 소유하고 있는 부지 면적은 150만㎡에 달하며 시가로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씨 등이 돈 지급을 망설이자 "내가 종중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주도하고 있으므로 곧 있을 종중 정기총회에서 회장에 올라 토지를 처분할 권한을 갖게 된다"고 설득했다. 위원회 활동을 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었고 계속 활동비가 필요하니 임야를 매도하는 약정을 미리 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겠다며 김씨 등을 속였다.

김씨의 말을 사실로 믿은 이씨 등 피해자 8명은 땅값 24억원 중 10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고 두 달 동안 약정금 명목으로 7억7,000만원을 김씨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김씨의 주장과 달리 토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반환약속도 차일피일 미뤄지자 이씨 등은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종중 땅 매도에 관한 김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시 종중 총회의 임원도 아니었고, 정상화추진위원회도 급조된 단체라 종중 회장이 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설사 김씨가 종중 회장이 되더라도 종중재산을 매각하려면 종중재산보존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내부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임야를 이전해 줄 수 없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최근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면적이 넓어 재산가치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종중 땅을 노린 사기행각과 고소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촌공파 종중 소유 토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과거 종친회장 출신인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도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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