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의욕을 더욱 높인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과거엔 '노동절'이라고 했다. 물론 '노동절'이라고 할 때에는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취지가 더 강했고, 나아가 각국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다지는 의미까지 있었다.
요즘 많은 우리 국민에게 '근로자'라는 말은 그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다. 길거리에는 "취업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청년들로 넘치고, 도서관은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공시족(公試族)뿐 아니라 이제는 중장년 취업준비생들까지 가세해서 자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재작년 7월에는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개편되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취업, 즉 고용이 되어야 노동도 하고 근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복지에 대한 요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력 공급 감소와 더불어 의료, 연금, 사회서비스 등의 지출확대는 노인복지지출 확대가 우선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가 우선인가 하는 '세대간 재원배분'의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또 이제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중앙행정부처까지 '복지'라는 '마패'를 내세운다. 고용부는 고용복지,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 국토해양부는 주거복지, 여성부는 여성복지,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복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왜 다른 정부부처들은 부처이름이 들어가는 '무슨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중앙행정기관에서 보건복지 전달체계의 분산으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과 국민의 불편이 초래되고, 특히 고용과 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분리되어 있어 일자리와 복지서비스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한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는 정책목표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공공복지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가 급속하게 고령화되는 상황은 이제 우리 사회 전체에 급격한 지출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응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의 운영틀을 구축하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따라서, 고용을 중심으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고용친화형 복지국가 건설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될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고용친화형 복지국가가 건설되기 위해서는 우선, 현금급여보다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고용친화적임을 알 필요가 있다. 과거 서구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사회복지지출 규모보다는 어떤 형태의 지출구조를 가지느냐가 고용에 영향을 크게 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육서비스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처럼, 사회서비스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와 노동공급 증가를 지원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또 '고실업 저성장'이 지속되는 현실에서 복지부의 '기초생활수급' 정책대상인 사회취약계층과 고용부의 '실업 및 고용' 정책대상인 실업계층이 중복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선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조금이라도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기초생활수급급여'에 의존하게 되는 유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일하는 복지'가 우선이고, '국가는 고용과 복지행정을 처리함에 있어서 적극적인 고용을 우선시 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국민들에게 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고,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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