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1인 독주극으로 싱겁게 막을 내릴 것 같았던 여권 대선후보 경선판이 커지고 있다. 적어도 등장 인물 숫자상으론 그렇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비박(非朴) 진영 대선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1강 다약(多弱)' 구도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경선 룰을 둘러싼 양 진영 간의 공방전, 이심(李心ㆍ이명박대통령의 심중) 개입설 등 극적 요소도 갖춰가며 나름 '경선다운' 경선으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5월 중순 이전에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경선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면 수도권, 40대 이하, 중도층 선거인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점은 다르긴 하지만 비박 주자들의 경선 룰 개정 목소리에 보폭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1일 가장 먼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인 정 전 대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이재오 의원도 10일쯤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김태호 의원도 최근 정치권 등으로부터 대선 출마를 권유받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6일 경선 참여를 선언할 예정이다. 또 쇄신파 정두언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종합해보면 6,7명의 주자들이 '박근혜 대세론'에 도전장을 낼지 여부를 놓고 최종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으론 이회창 후보 등 9명이 경선에 나섰던 1997년 신한국당 '9룡 시대'에 버금가는 경선 무대가 펼쳐질 수 있다.
특히 장외 주자인 정운찬 전 총리까지 가세하면 경선이 한층 드라마틱해질 수도 있다. 정 전 총리는 독자 노선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권의 후보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흥행 요소가 갖춰지면서 박 위원장과 이들 비박 진영과의 대립 전선도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정 전 대표), "판을 안 흔들려고 전전긍긍하는 건 제왕적 발상"(이 의원) 등 박 위원장을 겨냥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지지율이 낮은 이들의 파괴력에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이들의 정치적 입지가 다른 만큼 비박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김빠진 경선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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