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들이 오랜만에 인근 산으로 벚꽃 구경에 나섰다가 당황스런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가족 옆에 고등학생쯤으로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피자와 치킨 등 음식을 잔뜩 먹고 쓰레기를 하나도 치우지 않은 채 일어나 가려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부모님께서 "학생들, 자기가 먹은 건 알아서 깨끗이 치우고 가야지"라고 이야기했지만, 학생들은 대충 치우는 시늉만 하더니 그냥 서둘러 자리를 떠나버렸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유심히 보니 길바닥에는 신문지와 일회용품, 유리병 등이 많이 버려져 있었다. 봄만 되면 각지의 산과 관광지가 꽃구경 나온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는 TV뉴스가 생각났다.
몇 년 사이에 친환경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먼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아직도 '무한 리필' 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먹어도 먹어도 무한정 채워주는 음식처럼, 자연도 마구 쓰고 훼손하더라도 우리에게 무한한 혜택과 풍요로움을 주는 존재쯤으로 말이다. 그러나 자연은 전혀 무한 리필 같은 존재가 아니다. 자연도 특정 한계점을 넘어서면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 회복력이 위협당하고 있는 사례가 바로 산호초다. 산호는 몸에 살고 있는 플랑크톤이 바다의 이산화탄소를 녹이고 산소를 만들어 줌은 물론 멸종돼가는 물고기들의 휴식처 역할을 해 해양생태계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 산호초가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과 바다쓰레기 등으로 오염되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저명한 해양학자는 "산호초가 없어지면 수만 종의 고기와 해양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고기들이 멸종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한 여름의 바닷가 해수욕은 옛말이 될지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무한 리필식 사고를 버리고 자연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자연을 '위대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스스로의 회복력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포탄으로 죽음의 땅이 되었던 비무장지대(DMZ)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60여년 만에 사향노루 등 450여종의 야생동식물이 사는 생태계 보고가 된 것은 세계적으로 자연 회복력의 놀라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전히 회복 중이긴 하지만 2007년 기름 유출사고로 온 해안이 기름때로 뒤덮였던 태안반도에 해양 어류들이 돌아오고 플랑크톤이 증가하는 것 역시 해양생태계 회복의 증거다. 그러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한다고 해서 회복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 보전과 함께 친환경 생활을 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숲 속에 가서 동식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연은 보전 하면서도, 막상 실생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회용품 사용을 남발한다면 자연 회복력을 높이는 길이라 할 수 없다.
자연 회복력을 높이려면 우선 나부터 친환경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교내 매점에서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말고, 다 쓴 플라스틱이나 빈병 같은 것들은 꼭 분리수거함에 넣는 것이다. 교과서의 20%만 물려 써도 2,200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고, 교복이나 체육복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실천 노력과 함께 자연 보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 세계인의 환경올림픽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좋은 배움과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마침 올해의 총회 주제가 '자연의 회복력(Resilience of nature)'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전문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서울 성심여고 2학년 박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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