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이 막대한 외화를 무기로 남미와 아프리카에 이어 남태평양에서도 경제 원조를 확대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전략 핵심지역으로 선언하며 이 지역에 대한 경제ㆍ군사적 투자를 늘리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남태평양 섬나라인 통가의 전체 대외 채권 중 62%를 중국이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는 1억1,360만달러로 통가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국은 또 사모아 GDP의 12%, 쿡제도 GDP의 4%에 해당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 전체에 원조나 차관 형식으로 지원한 자금은 2005년 6억달러에서 2009년 23억2,000만달러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중국이 갑자기 돈을 회수하면 연쇄부도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통가가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중국의 수혜를 많이 입었지만 여전히 장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06년 국가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통가에 연 2%에 20년 만기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개발 차관 7,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저리융자에 맛을 들인 통가 정부는 이후 학교와 병원을 짓기 위해 돈이 필요할 때마다 중국 정부에 손을 벌렸다.
남미나 아프리카처럼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특별히 국익이 걸린 곳도 아닌데 중국이 경제 규모도 적은 남태평양의 빈국들에 경제 지원을 확대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외교부는 수 차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자선활동을 한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진출을 경계하기 위한 투자"로 해석한다.
결국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은 이미 이 곳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대비해 아태 지역에서의 역할 확대를 천명한 미국에게 남태평양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주일미군 해병대 9,000여명을 호주나 괌 등 남태평양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으로선 하와이-호주-괌-일본 등 미군 주요 주둔지를 견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이 곳이다.
WSJ는 "중국이 은밀하게 남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의 역할 확대는 이 지역에서의 국익 확대를 꾀하는 미국에 골칫거리를 안겨 줄 것"이라 전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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