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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박정자 전' 여는 박정자/ "무대 위 박정자 넘어 평범한 일상 공유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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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박정자 전' 여는 박정자/ "무대 위 박정자 넘어 평범한 일상 공유하고 싶어"

입력
2012.04.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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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가 놀던 터를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데뷔 50주년' '연극 인생' 같은 거창한 표현은 싫다"고도 했다.

4~13일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열리는 '박정자 전'은 한 여배우의 50년 세월의 발자취를 전시회로 승화시킨 자리다. 주인공인 박정자(70)는 100년 남짓한 한국 연극 역사의 절반을 직접 몸으로 겪은 배우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인 1962년 문리대 극회의 '페드라'로 데뷔해 '피의 결혼'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19 그리고 80' '에쿠우스' 등 1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한 한국 연극계의 간판스타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대학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 만난 박정자는"전시회를 위해 사진, 대본, 포스터 등 수많은 자료를 추리는 일이 너무 힘들다"며 "이래서 날 아는 지인들이 '박정자 못 말려, 피곤해'라고 하나 보다"며 껄껄 웃었다.

"배우는 단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배우의 삶 중에는 평범한 일상도 있죠. 이런 전시회를 통해 제 삶을 대중과 공유함으로써 연극배우를 친근하게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데뷔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선 것"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삼는 그는 그간 연극뿐 아니라 음악회, 강연회 등에 참가해 온 데 이어 이번에 전시회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셈이다. "내게는 이게 그냥 호흡이에요.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데 두 손 가만히 가슴에 얹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연극 배우로서 숨을 쉬는 한 계속 호흡해야죠."

그의 이 같은 취지에 친구들도 뜻을 모았다. 행사는 그의 활동상이 담긴 사진, 동영상 전시 외에 가수 최백호, 소리꾼 장사익, 뮤지컬 배우 이경미, 전수경, 배해선, 김호영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꾸미는 '게스트 축하공연'과 그가 직접 출연하는 낭독 공연 '맥베스'로 구성된다. 한태숙씨가 연출하는 '맥베스'에는 김성녀, 정동환, 서이숙, 박상종 등 대학로 대표 배우들이 같이 출연한다. 그 덕분에 그는 요즘 "너무 행복한 나머지 기절해 일찍 죽어버릴까 걱정"일 만큼 최고의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예쁘지 않았기에" 출연작의 60% 이상이 노역이었고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목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직접 제작을 해서라도 놓치지 않았던 그다.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모드의 로맨스를 그린 그의 대표작 '19 그리고 80', '11월의 왈츠', '내 사랑 히로시마' 등이 그런 작품이다. "일단 무대에 올리면 반응은 좋았어요. 연출자도 관객도 고정관념에 얽매여 배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연극은 가난하고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말들을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표현한 좋은 연극은 관객들이 분명히 알아본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구나 부유하게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면 마땅히 감내해야죠. 그리고 디지털은 언젠간 지구상에서 끝나는 날이 있겠지만 연극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시회는 17일부터 대학로 정미소 갤러리로 옮겨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6월 6일부터는 경기 남종면 분원리에 있는 얼굴박물관으로 장소를 옮긴다.

전시회 이후 공연 계획도 있다. 그가 "여든 살까지 계속 하고 싶은 연극"으로 꼽는 '19 그리고 80'을 올 가을 무대에 올린다. "요즘 그래서 예쁜 도령들을 보면 탐이 나요. 저 친구는 TV, 영화만 하나? 바쁜가? 궁금하기도 하고.(웃음)"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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