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성장과 수익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급여 격차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자동화 설비를 늘려 신규고용은 줄이면서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높인 뒤 임금을 인상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용을 꾸준히 확대한 대가로 생산성 저하와 저임금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관한 해석'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확대된 것은 대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인력 감축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중소기업의 연평균 출하액 증가율은 10.8%로 같은 기간 대기업의 증가율(10%)을 뛰어넘어 국내 경제발전 기여도에서 대기업을 앞섰다.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 역시 중소기업(9.8%)이 대기업(8.7%)을 능가했다. 그 결과 전체 중소기업이 국내 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 위원은 대ㆍ중소기업간 양극화의 원인을 종사자들의 급여 격차에서 찾았다. 실제로 20년간 연평균 대기업 1인당 급여 증가율은 9.7%로 중소기업(8.3%)을 크게 앞섰다. 특히 1998년 이후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거의 마무리되고, 인력 대체를 목적으로 하는 설비투자 확대도 끝나면서 대기업의 임금상승률(7.8%)은 중소기업(6.3%)보다 1.5%포인트, 비율로는 23.8%가 높았다. 과거 1990년 1.48배에서 1997년 1.5배로 소폭 증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또 외환위기 당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 파견제 등이 도입됐지만 이는 중소기업에 주로 적용됐을 뿐 대기업은 정규직들의 반발이 강해 불완전하게 마무리된 것도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김 위원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대기업 제품 품질이 중소기업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소비자의 오해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제품의 부가가치 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서는 데도 판매망과 영업력 부족으로 대기업 제품보다 부당하게 홀대 받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 정규직이 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 발생하는 중소기업 인력난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기업지원 전문서비스업 육성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이 시장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정규직 과보호는 축소되고 비정규직 자영업 등에 대한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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