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노동절, 홍익대 앞 두리반에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철거 용역이 온다는 소식에 음악가들이 기타 대신 각목을 들고 밤을 샜죠. 재개발 때문에 밀려나는 건 가난한 영세사업자만이 아니었죠. 독립 음악가들이 공연할 공간도 점점 줄어들다 보니 두리반 철거가 남의 일이 아니었어요.”(밴드 ‘회기동 단편선’의 단편선씨)
독립 음악가들이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자립음악생산조합’을 통해 불안한 처지를 함께 바꿔나갈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10년 5월1일 홍대 앞 작은 칼국수집 두리반에서였다. 강제 철거 예정인 이곳을 지키려 70여개 밴드가 모여 공연 ‘뉴타운컬처파티 51+’를 열었고, 참가자들 사이에서“돈을 모아 공동으로 공연할 공간을 마련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1년 넘게 지속된 두리반 투쟁 기간 동안 음악가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4월30일 발족된 조합이 올해 노동절인 1일로 1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15명이던 조합원은 80명으로 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학생회 등과 함께 공연장 ‘클럽 대공분실’을 운영해왔고, 14회의 합동기획공연도 열었다. 1년 내 상환 조건으로 조합원에겐 50만원의 음반 제작비를 대출해줬고, 이 사업을 통해 8장의 음반도 냈다. 조합은 또 홍대 미화노동자 투쟁 지지, 명동의 카페 마리 철거 반대, 한진중공업 관련 희망버스 지지 등의 사회 연대 활동에도 부지런히 참여해 왔다.
1년간 끊임 없는 활동의 결과 5일에는 한예종 학생회관에서 세 번째 ‘51+’ 공연을 연다. 지난해 6월 두리반이 마포구청 시공사 등과 협상을 타결한 후 두리반 밖에서 여는 첫 번째 ‘51+’ 공연이다.
물론 걱정도 여럿 있다. 조합 총무인 밴드 ‘밤섬해적단’의 장성건(36)씨는 “공동체 공간이었던 두리반이 없어져 조합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염려하고 있다”며 “올해 목표는 조합원을 200~300명으로 늘려 재정을 확보하고 공연 기획, 음반 유통망 등 수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대 앞 월세 급등도 문제다. 장씨는 “지난해 몇몇 주요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음악가들이 설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며 “독립 음악을 지속시킬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 시행될 예술인 복지법도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법의 혜택을 받으려면 예술가 스스로 근로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음반사에 소속되지 않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독립 음악인들은 그게 쉽지 않다.
조합 운영위원인 단편선(26)씨는 “조합을 만들 때 바람은 1년에 음반 500장만 팔았으면 좋겠다, 생계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래도 2년 전보다 지속 가능한 독립문화 존속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희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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