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이론적·실천적 고민이 느껴지는 글이다. 특히 막연하게 자연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 회복력'이라는 주제로 문제의식을 예각화하고 세계자연보전총회(WCC)와 같은 국제회의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는 등 고교생답지 않은 성숙한 환경 의식이 돋보인다. 사례 제시도 적절하고 논리 전개도 나무랄 데가 없는 훌륭한 글이다.
필력도 좋은 편이다. 자연을 무한한 자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을 무한 리필 서비스에 빗댄 것은 재기발랄하면서도 촌철살인의 표현으로서 칭찬 받을 만하다. 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문제에서 시작해 그것을 다시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로 일반화시킨 기교도 자연스럽다.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간 솜씨가 눈에 띈다. 한 편의 글을 읽었을 뿐이지만 학생이 명철한 두뇌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평소 적지 않은 글쓰기 훈련을 해 왔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렇듯 학생 개인의 능력에 대해서는 절찬을 아낄 생각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한계도 확연하다. 우선 이 글은 2월 9일자 '과학적인 숲 관리가 절박한 이유'라는 기고문을 읽고 쓴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고문의 요지는 우리나라의 삼림이 양적으로는 충분히 성장했으니 이제 과학적 관리를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다. 비록 언뜻 보기엔 유사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산림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고문의 내용과 생태학적 측면을 강조하는 학생의 글은 연관관계가 별로 없다. 글의 마지막 단락도 마찬가지다. 세계자연보전총회(WCC)라는 국제회의는 기고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과학적인 숲 관리'와 큰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으며, 설사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의 글은 담론장에서 벗어난 완전히 독립적인 한 편의 글이 되어 버렸다. 글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이유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이 글이 국제회의를 홍보하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주장을 집약·압축해야 할 결론 부분을 행사에 대한 지루한 소개와 함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로 끝맺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회의의 주제가 자연 회복력이기 때문에 글 자체의 내적 연관성은 있지만 논술문으로서는 결코 적절치 않다. 마지막 단락은 통째로 삭제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설득적이지 않은 글은 논술문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선행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미리 써 놓은 글을 NIE라는 형식에 맞추기 위해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찾아 억지로 연결시키려다 보니 무리수가 생긴 것이다. 이런 형식상의 오류 때문에 명철함이 눈에 띄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특히 논제 분석에 민감해야 하는 대입 논술이라면 이런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01765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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